중노위 사후조정 결렬로 21일 총파업 강행…정부 긴급조정권 검토
구미산단 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등 하청업체 납품 물량 축소 불가피
지역 경제계 “수많은 협력사 생존 위협하는 몫 챙기기” 비판 목소리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이 정부의 사후조정에도 끝내 결렬되면서 대구경북 산업계도 간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지역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후공정(OSAT) 기업들의 연쇄적인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20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불성립을 공식 선언했다. 노조 측은 중노위의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사측이 수용 여부를 유보하며 서명하지 않았다.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도 대규모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을 경영 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후조정 결렬에 따라 노조는 2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사태의 파장을 우려한 정부는 파업 시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중재에 나서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파업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대구·경북 기업은 당장 납품물량 축소에 직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역 협력업체들은 납품물량 축소에 따른 단기적 매출 감소를 넘어 글로벌 고객사 이탈로 인한 장기적인 공급망 배제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웨이퍼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1차 협력사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 민정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장(DIP)은 "삼성의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구미 산단 내 웨이퍼, 포토마스크 등 반도체 관련 제품 기업들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서산업단지 등 대구 기업도 간접 영향권이다.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와 협력하는 대구 A사는 장비 부품 공급 지연이 우려되고, 노광공정용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는 성서산단의 B사 등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경제계는 또 대기업 노조의 파업 강행이 영세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라인이 멈추면 대구·경북에 산재한 협력업체들이 곧바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장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상무이사는 "삼성전자 성과는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투자자 등의 땀방울이 모인 결과"라며 "지역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나 산업 생태계 붕괴는 고려하지 않고, 적자 사업부 성과급 등 자신들의 몫만 요구하는 파업은 이기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장 이사는 "특히 반도체산업은 완성차 등 타 업종과 달리 한 번 생산이 중단되면 전 세계 공급망 회복과 후유증 수습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모바일 제조 라인을 시작으로 시차를 두고 방산·자동차부품 등 지역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인포테인먼트·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디지털 플랫폼(자동차 부품) 생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은 파업의 파급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요인이다.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적인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과 수율 정상화에 수 주가 소요된다. 공정 중인 수만 장의 웨이퍼가 폐기될 위험도 크다.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생산 차질은 수천 개 중소·중견 협력업체의 연쇄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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