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 합의 속 반도체·비반도체 격차…타 업종 성과급 요구 도화선
대구 내에서도 300인 이상-30인 미만 특별급여 격차 6.6배…‘인력 쏠림’ 심화 우려
전문가 “영업익 연동 성과급 고착화 땐 경쟁력 저하…상생안 찾아야”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최악의 국가경제 위기는 피했다. 하지만 수억원대 성과급이 현실화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양극화는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대구지역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의 연간 성과급은 100만원대에 불과해 근로자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기준(국가통계포털 사업체노동력조사 데이터) 대구지역 3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의 상용근로자 특별급여는 월 11만1천498원에 불과하다. 연간으로는 133만원 수준이다. 중견기업은 그마나 사정이 좋은 편이다. 대구지역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근로자 월평균 특별급여는 73만5천740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규모는 876만원이다. 대구 안에서도 중견기업이 영세 중소기업보다 성과급 지급규모가 6.6배 많다.
앞으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는 연봉 1억원 근로자를 기준으로 최대 6억원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받게 된다. 대구지역 중견·중소기업 근로자의 성과급 규모가 연간 1천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하면, 업종별·지역별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 나아가 지역 근로자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급이 포함된 월평균 전체 급여액 역시 대구의 300인 이상 기업은 413만7천235원, 30인 미만 기업은 297만7천628원이다. 지역 다수를 차지하는 원·하청 구조 하단의 영세기업 노동자들은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엘은 수백만원대 성과급을 1년에 두 번 나눠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기계 제조사 대동은 83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반면 지역 2차전지 주력 기업인 엘앤에프는 영업적자 상황으로 성과급 지급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가 없는 중소 부품사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 사태처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고착화하고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가 확산하면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 탓에 심각한 인력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가 지역 산업 전체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결과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 재계도 위기감을 표출했다. 장덕화 대구경총 상무이사는 "성과급 범위가 쟁의의 대상이 안 된다는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성과급조차 못 주는 지역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계에서는 심리적 박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권오중 한국노총 대구본부 총괄본부장은 "삼성전자 임금협상 타결과 관련해 지역 중소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정한 박탈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성과가 크게 부각될수록 체감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은 반도체 업종을 넘어 타 업종 노조의 성과급 요구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나 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제조사 노동조합에서도 영업이익을 연동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선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한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이는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성과급을 확대한 기형적 임금체계가 문제"라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더라도 270조원의 이익이 남기 때문에 과도한 부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권오중 본부장은 "대기업 성과는 하청업체와 노동자 기여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번 협상을 우리 사회가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할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논의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대 이환우 교수(경영학과)는 "성과급 제도는 근로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기업 이익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는 목표를 지니는데, 이윤 배분 문제는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며 "기업별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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