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장벽 따라 밝게 열린 숲…문화와 휴식으로 다시 피어나다
50년 만에 하빈면으로 이전한 대구교도소
'교도소 옆이'었던 공간에는 4천300평 공원
맨발 산책로 마련하는 등 휴식처로 재탄생
후적지 3만평엔 문화·주거 시설 조성하고
2천석 규모 공연장 '달성아레나' 완공 예고
'Re:화원 도시숲'은 대구교도소 인근 부지를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이에 걸맞게 이 일대를 누구나 오갈 수 있는 형태의 '열린 숲'으로 조성했다. 교도소가 주는 폐쇄적인 분위기를 정반대의 형태로 되돌렸다.
화원역에서 대곡 방면으로 300m쯤 가다보면 어딘가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가 하나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무슨 입구인지 단번에 알기 어렵다. 선뜻 들어가기가 머뭇거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근처 지리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도 그랬다. 이곳은 원래부터 발길을 들이기가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그냥 모른 척 지나치곤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다름 아닌, 이곳이 '교도소' 입구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이곳이 이제는 전혀 다른 곳을 안내하는 입구로 바뀌었다. 더 이상 교도소로 향하는 입구가 아니다. 훨씬 더 특별한 곳을 안내하는 입구다. 말로만 특별한 게 아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두운 과거로 둘러싸인 교도소의 장벽과 평화로운 산책로가 공존하는 곳. 낡은 철조망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고 환한 꽃이 피어나는 곳. 무엇보다 오늘날 거대한 도심 한가운데 이처럼 놀라운 공존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바로 달성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한 'Re:화원 도시숲'이다.
어둡고 음습했던 곳이 더욱 을씨년스러웠던 교도소 후적지는 이제 시민들이 찾는 휴식공간인 Re:화원 도시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교도소 일대를 열린 숲으로 조성
2025년 10월 말 개방된 이곳은 교도소 인근 부지를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Re:화원'이라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혐오시설로 불리던 교도소 주변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환원한다는 뜻이다. 이에 걸맞게 이 일대를 누구나 오갈 수 있는 형태의 '열린 숲'으로 조성했다. 교도소가 주는 폐쇄적인 분위기를 정반대의 형태로 되돌린 셈이다.
물론 이곳에 있던 교도소는 이미 이전을 완료했다. 지금은 빈 건물만 남아있는 상태다. Re:화원 도시숲은 이 교도소의 장벽을 따라 조성된 독특한 공간이다. 산책로를 따라 거닐면 자연스럽게 담장 너머로 교도소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은 여전히 어둡지만, 한편으로 낯선 모습의 과거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이처럼 독특한 성격을 지닌 과거가 아름다운 숲길 위에 펼쳐진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교도소 장벽을 따라 조성된 만큼 규모도 작지 않다. 주차시설을 포함한 전체 면적만 2만5천460㎡(약 7천700여 평)에 이른다. 이 중 녹지공간만 1만4천315㎡(약 4천300여 평)다. 숲으로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돌면 대략 15~2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도심 속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기엔 적절한 규모다.
마사토로 이뤄진 660m 가량의 산책로에서는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 세족장도 마련돼 있다.
특히 마사토로 이뤄진 산책로에선 맨발 걷기도 가능하다. 660m 정도의 이 구간은 이미 주변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구간 양 끝에는 별도의 세족장도 마련돼 있다. 때문에 한적한 시간에도 맨발로 걷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햇빛이 비치는 숲길을 여유롭게 걷거나,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얼마나 평화로운 휴식 공간인지를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Re:화원 도시숲은 대구교도소 후적지 문제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묘안이기도 했다. 교도소를 둘러싼 낡은 장벽에는 따뜻한 색과 그림을 덧입혔다. 그 길을 따라 푸른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조성했다.
◆지역의 문제를 해소한 새로운 묘안
그런데 왜 하필 교도소였을까? 교도소는 도심의 수많은 시설 가운데서도 혐오시설로 불리는 곳이다. 특히 1971년부터 이곳에 위치했던 '대구교도소'는 2023년 달성군 하빈으로 이전하기까지 무려 50여 년 동안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도 커져갔다. 도심이 확장되고 주민이 늘면서 지하철까지 개통됐지만, 이곳은 여전히 어두운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 화원은 오랫동안 달성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을 만큼 번성한 곳이지만, 그 속에는 어두운 교도소 이미지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때문인지 이곳을 가리켜 대구교도소 대신 '화원교도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처럼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달갑지 않은 시설이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막상 교도소는 이전했지만, 기존의 건물과 시설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시설과 부지 개발을 둘러싼 관계 부처 간의 이견이 발생한 탓이다.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이곳은 더 이상 교도소가 아니었지만, 건물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곳을 '대구교도소 후적지'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도심 한가운데 거대한 교도소 시설이 불 꺼진 채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어둡고 음습했던 곳이 더욱 을씨년스러워진 셈이다. 후적지 개발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주변이 슬럼화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은 달성군이었다. 교도소 이전이 완료되자 달성군은 그 즉시 인근 부지부터 새롭게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후적지 문제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묘안이었다. 거대한 장벽으로 이어진 교도소 인근은 그렇게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교도소를 둘러싼 낡은 장벽에는 따뜻한 색과 그림을 덧입혔다. 그 길을 따라 푸른 나무들로 가득한 숲을 조성했다. 50여 년 전 교도소가 들어선 이래 이 일대가 처음으로 밝고 환해진 순간이었다.
Re:화원 도시숲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도 취지에 걸맞게 펼쳐졌다. 2025년 가을밤 이곳에선 'Re:화원 숲속 음악회'가 열렸다. 의례적인 기념행사 대신 열린 형태의 야외음악회로 이곳의 개방을 알린 셈이다. <달성문화재단 제공>
◆출발은 달랐지만, 기능은 다르지 않은 공간
이곳을 상징하는 문구가 있다. '닫힌 시간을 지나, 다시 피어나는 숲'이다. 어둡게 닫혀있던 과거가 다시 새롭게 피어난다는 의미다. 문구만 그런 게 아니다. 이곳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도 취지에 걸맞게 펼쳐졌다. 2025년 가을밤 이곳에선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지, 피아니스트 찰리 올브라이트, 바리톤 서정혁 등이 함께하는 'Re:화원 숲속 음악회'가 열렸다. 의례적인 기념행사 대신 열린 형태의 야외음악회로 이곳의 개방을 알린 셈이다.
불빛 가득한 숲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지난겨울에는 연말을 맞아 8m 크기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나무 조명길로 입구를 장식하는 한편, 색색의 불빛들로 이루어진 터널과 경관조명 등을 더해 겨울철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야간명소로 거듭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다 나은 풍경을 조성하기 위해 식수 정비를 이어가는 동시에, 산책로 주변에 흙먼지털이기도 마련하는 등 한층 더 쾌적하고 아름다운 휴식 공간을 조성하는 중이다. 비록 출발은 일반적인 공원들과 달랐지만, 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만큼은 여느 곳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다. 이로 인해 교도소 담장 그늘 아래 가려져 있던 '천내리 지석묘군'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대구시기념물로 지정된 이 유적은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로 산책로를 따라 주변을 한 바퀴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이 개방되면서 닫힌 시간 속에 가려져 있던 유적까지도 빛을 보게 된 셈이다.
Re:화원 도시숲 담장 너머 교도소 후적지의 절반가량을 달성군이 대규모 문화단지로 조성한다. 어두운 교도소가 대규모 문화공간으로까지 탈바꿈하는 것이다.
◆특별한 풍경이 증명하는 것
여기에 최근에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그동안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 논의가 2025년 7월 최종 합의를 이룬 데 이어 구체적인 개발 계획까지 발표된 것이다. 10만4천613㎡(약 3만여 평)에 이르는 후적지를 문화·주거·지원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부지의 절반가량을 달성군이 직접 대규모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점이다. 이곳에 2천석 이상의 대공연장과 전시장, 그리고 야외 공원 등을 갖춘 '달성아레나'를 오는 2033년까지 완공시키겠다는 목표다. 어두운 역사로 가득했던 교도소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이곳의 시간을 '문화'를 통해 새롭게 열겠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의 풍경만으로도 이곳은 충분히 특별하다. 교도소 건물을 역사적인 공간이나 다른 시설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곳처럼 실제 장벽을 경계로 어두운 역사와 평화로운 일상이 공존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철조망에 둘러싸인 그런 풍경이 도심 한가운데 펼쳐져 있다는 점도 그렇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풍경이다.
풍경만 특별한 게 아니다. 그 속에선 오늘날 우리의 어두운 역사와 시민들의 일상과 도심 속 각종 문제들이 새롭게 조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어둡고 음습했던 교도소가 환한 숲으로 바뀌고,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규모 문화공간으로까지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불과 몇 년 만에 확연히 달라진 일대의 분위기가 그런 변화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곳의 풍경은 그런 변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인지도 모른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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