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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소크라테스는 투표소 앞에 서 있다

2026-05-25 11:38

“6·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앞둔 국민적 성찰”

이인곤 전 호서대 교수

이인곤 전 호서대 교수

소크라테스는 죽지 않았다. 그는 독배를 마셨지만, 질문은 살아남았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그가 "성찰 없는 삶은 인간답게 살 만한 삶이 아니다"라고 말했음을 전한다. 오늘 대한민국의 선거도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성찰 없는 투표, 검증 없는 지지, 양심 없는 선택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의 자기기만이다.


6·3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앞두고 공개된 후보자 등록 현황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적지 않은 후보자가 전과 기록을 안고 공직을 향하고 있다. 물론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의 전 생애를 단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직은 사적 재기의 무대가 아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무책임이다. 폭행과 상해는 순간의 혈기가 아니다. 자기 절제의 실패다. 법을 가볍게 여긴 사람이 법을 집행하겠다고 하고 타인의 안전을 침해한 사람이 지역의 안전을 말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위선이다.


전과기록 공개는 후보자를 낙인찍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정당이 포장해도 국민은 확인해야 하고, 후보자가 미화해도 시민은 기록을 들여다봐야 한다. 소크라테스라면 오늘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그대는 왜 그 사람을 찍으려 하는가. 같은 편이라서인가, 공동체를 맡길 만한 사람이라서인가. 그대는 분노로 투표하는가, 양심으로 투표하는가. 그대는 진영을 지키는가, 나라를 지키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가 공동선을 향해야 한다고 보았다. 정치는 권력 쟁탈의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동체의 질서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판은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표로 계산한다. 세대를 가르고 남녀를 가르고, 지역을 가르고, 이념을 가른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 권력은 들어온다.


민주주의는 투표용지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기억하는 유권자, 묻는 시민, 부끄러움을 아는 국민이 지킨다. 이제 기성세대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전쟁과 가난, 폐허를 딛고 세운 나라라면 자유가 공짜가 아니었음을 더 분명히 가르쳤어야 했다. 분단국가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은 필요하다. 평화를 지키려면 현실을 봐야 하고 자유를 지키려면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물어야 한다. 그 후보는 법을 두려워하는가. 약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가. 술 앞에서 자신을 지켰는가. 폭력 앞에서 손을 거두었는가.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설명했는가, 아니면 정당의 깃발 뒤에 숨었는가. 지도자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사람이다. 검증 없는 지지는 충성이 아니라 방임이고, 기록을 외면한 투표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 포기다.


오늘의 한 표는 단순한 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동네의 도덕 기준이다. 학교 앞 횡단보도의 안전이고, 시장 골목의 공정이며, 약자의 눈물을 닦아 줄 행정의 손이다. 그것은 곧 나라의 품격이다. 당의 이름보다 사람의 삶을 보라. 구호보다 기록을 보라.


소크라테스는 오늘도 살아 있다. 그는 아테네의 법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투표소 앞에 서 있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국민이여, 그대의 한 표는 양심의 결과인가, 습관의 결과인가. 그대는 나라를 살릴 사람을 고르는가, 분노를 대신 말해 줄 사람을 고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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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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