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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찬의 구조동물 외과센터] 해방 1미터

2026-05-27 06:00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동물병원과 보호소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개는 의외로 품종견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진도믹스라고 부르는, 익숙한 시골개의 모습을 한 개들이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애초부터 이름조차 없이 살아온 개들이다. 바로 '마당개'들이다.


마당개는 주로 농촌 지역에서 실외 사육되는 개들을 의미한다. 이들의 삶은 대개 몇 가지 형태로 나뉜다. 마을을 떠돌며 들개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밭이나 창고 앞에 묶여 경비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개들은 마당 한편 짧은 줄에 묶인 채 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예방접종이나 심장사상충 예방은 물론이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게 살아가던 개들은 매년 새끼를 낳고, 태어난 강아지들 중 일부는 유실·유기되거나 신고와 포획을 거쳐 보호소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중 몇몇이 우리 병원으로 오게 된다.


현장에서 만나는 마당개들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 높은 확률로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어 있고, 몸 곳곳에는 진드기와 벼룩이 들끓는다. 오래된 피부병과 귀 질환, 심하게 마모된 치아, 심한 마당개들은 목줄이 너무 오래 조여 있었는지 목 주변 털이 모두 벗겨진 아이, 눈에 안충이 바글바글하게 들끓는 아이 등 다양하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해방 1미터'라는 이름으로 마당개들의 삶을 개선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병원 역시 그 단체와 협력해 수십마리의 마당개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지역의 수의사들과 봉사자들이 모여 하루에 수십 마리의 개들을 수술하고, 예방접종과 구충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이 활동은 단순히 중성화 수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의료지원을 마친 아이들이 회복하는 동안 동물보호단체는 짧은 목줄에 평생 묶여 살아가던 개들에게 더 긴 줄을 설치해 주고, 낡고 비좁은 집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견사로 교체한다. 단 몇 미터의 변화만으로도 삶의 질은 놀라울 만큼 달라진다.


마당개의 문제는 단순히 동물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번식과 유기, 보호소 과밀, 들개화 문제로 이어지는 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적절한 중성화와 최소한의 사육 환경 개선은 동물복지를 넘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구조동물들이 있다. 학대나 유기처럼 극적인 사연은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끈다. 그러나 마당개들의 삶은 조금 다르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방치된다. 짧은 줄과 부족한 의료,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당개들을 떠올린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좋다. 삶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더라도, 1미터의 짧은 줄에서만이라도 해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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