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관세·공급과잉, 삼중 파고
1분기 숫자가 가리킨 방향
호주·아르헨·인도로 뻗는 손
40조 승부수, 수소환원제철
포항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은 단순히 '모든 것은 변한다'는 체념이 아니다. 변화를 먼저 읽고 움직이는 자만이 그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능동의 가르침이다.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해온 포스코가 지금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
포스코를 에워싼 환경은 냉혹하다. 여러 겹의 파고가 동시에 밀려든다. 첫째는 탄소 장벽이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섰고, 2027년부터는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실제로 구매해야 한다. 고로(高爐) 방식으로 철강 1톤을 만들 때마다 약 2톤의 이산화탄소가 따라붙는 구조에서, 탄소는 이미 새로운 원가가 됐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3.9%에서 2024년 2.8%까지 수직 낙하했다. 둘째는 미국발 관세 장벽이다. 한국산 철강에 부과된 50% 고율 관세에 더해 포스코 후판 제품에 상계관세까지 확정되며 수출 전선에 이중 부담이 걸렸다. 셋째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다. 내수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중국산 저가 철강이 밀려들면서 2025년 국내 조강 생산량은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탄소·관세·공급과잉이라는 삼중 압박이 포스코의 용광로를 동시에 조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포스코는 그 압박 속에서 조용히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 8천760억 원, 영업이익 7천70억 원, 순이익 5천430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4.3%, 순이익은 57.9% 늘며 시장 예상치를 약 19% 웃돌았다. 철강 본업이 환율과 원료비 상승으로 흔들리는 사이, 리튬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수익성 개선의 불씨를 살렸다.
미래 투자는 세 방향으로 뻗는다. 먼저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이다. 호주 미네랄리소스와 약 1조 1천억 원 규모의 광산 지분 투자 계약을 맺어 세계 5대 규모 워지나 광산 등에서 리튬 정광의 30%를 영구 공급받는 권리를 확보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추가 염호 광권 확보로 현지 리튬 자원 총 보유량이 1천500만 톤에 달한다. 전기차 7천만 대분이다. 현지 법인은 올 3월 처음으로 월 단위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리튬 가격 변동성과 아르헨티나의 정치·경제적 불안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변수다. 인도에서는 JSW스틸과 손잡고 약 10조 원을 투입해 연산 5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립한다. 준공 목표가 2031년인 만큼 긴 투자 회수 기간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본업의 체질 전환은 더 묵직한 과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독자 기술 수소환원제철(HyREX) 데모플랜트를 올해 착공하고, 2028년 시험 가동, 2030년 기술 검증을 거쳐 2050년까지 고로 7기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교체할 계획이다. 석탄 대신 수소로 철을 환원해 탄소 대신 수증기만 배출하는 이 기술에는 총 40조 원이 투입된다. 기술 검증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제행무상은 위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금의 고통도, 지금의 준비도 모두 변한다는 의미다. 호주 광산에 꽂은 깃발, 아르헨티나 염호에 내린 닻, 인도 대지에 세우려는 일관제철소, 포항 땅에 심으려는 수소환원제철의 씨앗. 이 모두가 제행무상의 시대를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려는 조용한 선언이다. 그 선언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포항의 용광로 곁에서 살아온 시민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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