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기초의원 선거판에 전례 없는 '무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후보자는 줄었고, 무투표 당선자는 늘어났다.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8개 구·군 후보자는 175명으로 지난 2018년(228명)에 비해 53명이나 감소했다. 2022년부터 나타난 후보자 가뭄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2018년 한명도 없었던 무투표 당선자는 올해 11명으로 치솟았다. 무투표 선거구 속출은 대구 지방정치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파산했음을 알리는 참담한 진단서다. 대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경북은 물론 서울, 경기, 부산, 광주, 전남 등 전국에서 무려 305명의 기초의원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풀뿌리 의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이 기형적 현상은 자연 발생적이라기 보다, 거대 정당들이 제도를 왜곡한 결과다.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군소정당과 청년,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4~5인 중대선거구 확대를 권고했으나 묵살당했다. 대구시의회를 비롯해 전국의 광역의회가 시범 지역으로 강제 지정한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고 4인 선거구를 오히려 2인 선거구 두 개로 쪼개버렸다. 서울시의회가 다인 선거구를 칼질해 종로 등지에서 무투표 당선을 속출시켰고, 부산시의회는 4인 선거구 10곳 중 9곳을 2인구로 쪼갰다. 거대 양당이 지역과 이념을 넘어 '밥그릇 지키기'만큼은 끈끈한 동업자임을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대목이다.
지금 전국의 지방선거는 주민의 생활 문제를 해결할 지방은 없고, 공천권자의 눈치만 보는 중앙정치 하청 구조만 득세하고 있다. "당 눈치를 보느라 출마마저 포기했다"는 한 기초의원의 고백은 타락한 지방 정치의 현주소다. 선거구마저 제 입맛대로 유린하며 유권자를 '유령' 취급하는 오만함을 부수지 않는 한 지방의 미래는 없다.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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