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와 경북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사전투표 기피 현상'이 다시 한번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도별 사전투표진행상황에 따르면, 오후 6시 사전투표 1일차 마감 결과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은 11.60%로 집계됐다. 반면 대구는 전체 선거인수 204만9천683명 중 18만4천887명만이 투표에 참여해 9.02%의 투표율을 기록, 전국 시·도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구 구·군별 상세 현황을 보면 군위군이 23.39%로 가장 높았으며, 수성구(9.96%), 중구(9.73%), 동구(9.42%) 순이었다. 반면 달서구(8.23%), 달성군(8.23%), 북구(8.29%) 등은 8%대 초반에 머무르며 마감됐다.
경북 지역은 선거인수 2,202,861명 중 259,971명이 참여해 11.80%의 투표율로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도내 지역별 편차가 극심했다. 영양군(24.66%)과 울릉군(24.30%), 의성군(21.43%), 청송군(21.34%), 울진군(20.44%) 등 군 단위 지역은 20%를 웃돌며 높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주요 격전지이자 도심권인 경산시는 7.90%에 그쳐 경북 도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포항시 북구(8.12%), 구미시(8.22%) 등도 대구와 다름없는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같은 저조한 사전투표율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역 내 보수 진영에서 변하지 않는 이른바 사전투표의 불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투표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라기보다, 지지층이 사전투표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본투표로 결집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구 수성구의 한 투표장에서 사전투표를 했다는 직장인 김모(38)씨는 "평일인 점도 있겠지만 확실히 본투표 날보다 투표장이 한산한 듯 보였다"며 "주위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이런 점이 현장에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권모(66)씨 역시 "주변에서 모두 사전투표를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치 및 언론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차피 본투표에는 참여할 것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에 나서야 할 지역 정치권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지층에게 사전투표를 권유했다가 역풍을 맞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조지연(경산) 의원은 통화에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가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와 원성을 들었다"며 "사전투표 자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신다. 경로당을 다녀봐도 대부분 본투표를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혀를 내둘렀다.
국민의힘 최은석(대구 동구-군위군갑) 의원도 통화에서 "사전투표 독려를 위해 오늘 경로당을 여러곳을 방문해 봐도 '본투표에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만 하신다"며 "서울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시는데,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용산구선관위에서 직원들이 관내사전투표함을 보관장소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TK 다른 의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 때보다 오히려 부정선거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하며, "면적이 넓은 지역구는 투표장까지 왕복 2시간이 걸려 어르신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물리적 한계도 투표율 저하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낮은 사전투표율 수치는 보수층의 선거 포기가 아닌 '전략적 3일 본투표 결집'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지역 정치권은 무리하게 사전투표를 독려하기보다는 지지층의 정서를 반영해, 오는 6월3일 열리는 본투표 날이라도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층의 사전 투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돈 투표는 반드시 해야 된다는 인식도 많아서 전체 투표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