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대구대 문화예술학부 교수
2026년 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 역시 역대급 접전 속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발전을 이야기하고, 경제 활성화를 약속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도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을 보이며 유권자들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가 직면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30년 넘게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지역내총생산(GRDP), 지속적인 청년 유출, 수도권 집중 속에서 약화되는 도시 경쟁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이번 선거는 단순히 누가 시장이 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은 늘 '정책 선거'를 이야기한다.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말하겠다고 약속하고, 언론은 정책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권자들 역시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한다. 그러나 선거가 본격화될수록 현실은 종종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책은 사라지고 공격이 남고, 비전은 사라지고 프레임이 남으며, 미래는 사라지고 과거만 남는다.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선거 방식을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이라고 부른다. 이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약점과 실수를 부각해 지지를 얻으려는 선거 전략이다. 물론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다. 부패와 무능,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증을 넘어선 과도한 네거티브다. 정치학자들이 지적하듯 과도한 네거티브는 선거를 정책 경쟁에서 이미지 경쟁으로 바꾸어 놓는다. 유권자는 미래를 선택하는 대신 상대 후보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기준으로 투표하게 되고, 민주주의는 비전을 경쟁하는 제도에서 혐오를 동원하는 정치로 축소될 위험에 놓인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볼 때마다 정치 풍자 영화 '정직한 후보'와 '정직한 후보 2'가 떠오른다. 두 작품은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영화이지만, 웃음 뒤에는 현대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특히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미지 정치와 과장된 공약, 그리고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정직한 후보는 선거를 앞둔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치적 수사와 이미지 관리에 익숙했던 정치인이 진실만 말하게 되면서 위기에 빠지지만, 역설적으로 시민들은 그의 솔직함에서 신뢰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정치가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속편인 정직한 후보 2는 선거 이후의 정치로 시선을 확장한다.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주상숙은 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과 개발사업을 추진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 각종 이권 문제가 얽히며 새로운 갈등에 직면한다. 다시 찾아온 '진실의 저주'는 감춰졌던 문제들을 드러내고, 결국 정책의 성공 여부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문제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1편이 정직한 정치인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면, 2편은 정직한 정책과 책임정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영화가 말하는 정직함은 단순한 도덕적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정책에 대한 책임성(accountability)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다.
과연 정직한 후보는 가능한가. 그리고 더 나아가 정직한 선거는 가능한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한 후보' 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것은 '정직한 선거'를 만드는 일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선거, 자극적인 프레임보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선거, 정치적 혐오보다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선거가 필요하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네거티브의 경쟁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의 경쟁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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