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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인협회가 추천하는 이달의 지역작가 도서 4권]

2026-06-05 06:00
달을 심는 저녁

달을 심는 저녁

◆달을 심는 저녁/전기웅 지음/잉어등/158쪽


전기웅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달을 심는 저녁'은 재개발 골목의 풍경 속에서 사라져가는 삶과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인은 화려한 사건이나 거대한 담론보다 오래된 의자 하나, 벽의 얼룩 하나, 낡은 골목과 빈방 같은 생활의 흔적 속에서 인간의 생애를 읽어낸다.


시집의 출발점은 한 재개발 현장이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와 아직 남아 있는 삶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시인은 희망과 체념이 한 골목을 나누어 쓰는 풍경을 목격한다. 불이 꺼진 가로등 아래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그는 '저 어둠 속에 달 하나를 심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품게 되고, 그 마음이 곧 시집의 제목이 되었다.


'달을 심는 저녁'에서 달은 단순한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자 사라져가는 골목의 기억이며, 끝내 꺼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징한다.


전기웅 시인의 시선은 늘 사람에게 향해 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끝내 닿지 못하는 마음, 떠났지만 떠나보내지 못한 기억, 무너지지 않기 위해 침묵을 견디는 삶들이 그의 시 속에서 조용한 울림으로 되살아난다. 시인은 시를 "타인의 어깨를 잠시 대신 짊어지는 일"이라고 말하며, 상처 입은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견디는 언어를 보여준다.


특히 시집 곳곳에는 허물어진 담장 곁에서 다시 돋아나는 풀잎들이 등장한다. 밟히고 찢겨도 다시 몸을 일으키는 작은 생명들은 곧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오랜 노동과 통증의 시간을 지나온 시인의 체험은 이러한 시선에 더욱 깊은 진정성을 부여한다.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김광숙 지음/시산맥사/120쪽


김광숙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죽음, 그리고 무(無)로의 귀환이라는 존재론적 순환을 통해 인간 존재가 지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초월에 이르는 과정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 작품집이다.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풍장(風葬) 등의 의식은 존재의 해체와 확장을 상징하며, 유한한 삶을 넘어 무한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시적 상상력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든다. 반면 시인은 일상 속 기억과 회상을 통해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길어 올린다.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은 멜랑콜리한 정조를 형성하며 시의 내면적 밀도를 더욱 깊게 만든다.


특히 김광숙 시의 특징은 초월을 향한 의지와 상실의 아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서로 충돌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정서로 수렴된다는 데 있다. 소멸을 통해 더 높은 정신적 자유를 꿈꾸는 희원(希願)과 부재에서 비롯된 결핍의 감정은 어긋남과 흔들림 속에서 깊은 공백을 만들어내고, 바로 그 공백의 자리에서 시는 더욱 깊고 아름다운 울림을 획득한다.


김광숙의 시는 삶과 죽음, 숭고와 멜랑콜리라는 상반된 정서를 단순한 이항 대립으로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감정들을 하나의 시적 에너지로 끌어안으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감동을 전한다. 결국 그의 시 세계는 숭고가 멜랑콜리를 품고 고양되는 독창적 미학의 성취라 할 만하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김광숙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삶이 죽음을 거쳐 무(無)로 돌아가는 의식을 통해 지상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승화의 과정을 전개한다"고 평했다.


밤하늘의 주파수

밤하늘의 주파수

◆밤하늘의 주파수/이애란지음/만인사/120쪽


경남 통영의 푸른 바다를 닮은 서정성을 지닌 시인 이애란이 두 번째 시집 밤하늘의 주파수를 펴냈다. 첫 시집 이후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돌아온 이번 시집에는 인간 존재의 고독과 사랑, 상실과 기억의 정서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총 55편의 시를 수록한 이 시집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파장을 조용히 포착하며 삶의 이면을 따뜻한 언어로 응시한다. 특히 통영이라는 지역적 정서 속에서 길어 올린 바다의 이미지와 뜨거운 서정은 자연스럽게 김춘수와 유치환의 문학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의 본질을 탐색했던 김춘수의 시적 사유와 생명에 대한 치열한 의지를 노래했던 유치환의 서정성이 이번 시집 곳곳에 은은하게 스며 있다. 그러나 이애란 시인의 언어는 그 영향을 넘어 자신만의 낮고 고요한 음성으로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시인은 신앙적 감수성과 인간적인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엮어낸다. 종교적 성찰은 관념에 머물지 않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바람·별빛·새와 같은 자연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가톨릭 신앙에서 비롯된 영성 또한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확장되며 종교를 넘어선 보편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번 시집의 핵심은 제목에도 드러난 '주파수'라는 상징적 키워드다. 시인은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감정과 영혼의 울림에 주목한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주파수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신을 연결하는 마지막 통로는 결국 '영적인 감응'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베란다 카페 1호점

베란다 카페 1호점

◆베란다 카페 1호점/김경희 지음/그루/120쪽


김경희의 '베란다 카페 1호점'은 일상의 작은 공간을 따뜻한 문학적 감성으로 확장시킨 생활 서정시다. 시인은 효성타운의 소박한 베란다를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정, 시와 음악, 차와 커피 향이 어우러지는 마음의 쉼터로 그려낸다. 작품 속 '베란다 카페 1호점'은 실제 카페라기보다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상상의 공간이며, 누구나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감성의 안식처다.


시인은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푸른 하늘' 아래 벗들과 함께 커피를 나누고 꽃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풍경을 통해 일상 속 여유와 행복을 담아낸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떼와 같은 커피 메뉴는 물론 생강차, 대추차, 도라지차까지 등장하며 따뜻한 정감과 건강한 삶의 분위기를 전한다. 또한 김소월의 '산유화'와 박목월의 '나그네'를 읊조리는 장면에서는 문학이 자연스럽게 삶 속에 스며드는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사랑, 우정, 인정, 향기, 지난날 추억들 모두모두 무료랍니다'라는 구절은 물질적 가치보다 마음의 교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따뜻한 세계관을 드러낸다. 클레마티스, 물망초, 프리지어, 글라디올러스 등 다채로운 꽃들의 이미지는 공간 전체를 생명력과 희망으로 채우며 독자에게 정서적 위안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산문에서는 베란다 카페를 '영혼을 적시는 작은 문학의 집'으로 표현하며 시적 감성을 더욱 확장한다.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 그리고 싱잉볼의 울림까지 더해져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 그것이 바로 김경희 시인이 그려낸 '베란다 카페 1호점'이다.


정리=김형범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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