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농업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경북 동해안은 플랑크톤이 감소하고 어종 변화도 심화하고 있다. 고수온에 따른 양식업의 피해가 날로 증대되고 있는 데다 주요 어종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민들은 물론 자치단체들도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육상에서 다양한 어류와 해조류를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물고기 양식과 식물재배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도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해수온도 상승은 세계적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
해수 온도 변화에 따른 영향. <생성형 AI 이미지>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전 세계 해수온도는 0.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0.5℃ 정도 변화했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기온 변화와 바닷물의 온도 변화는 차원이 다르다. 물은 공기보다 온도를 높이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해수온도 1℃ 상승에 필요한 에너지를 핵폭탄 2천800만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수온도 상승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따뜻한 바다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태풍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고, 폭우·폭설·가뭄 등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북극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고 이는 해안가 저지대 국가와 도시들의 침수 위기로 직결된다.
해양 생물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특히 '바다의 숲'이라 불리는 산호초는 수온이 1~2℃만 올라도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현상'을 겪는다. 산호초가 죽으면 그곳을 터전으로 삼는 해양 생물의 25%가 살 곳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전 세계 해수온도가 0.52℃ 상승할 동안 동해안은 무려 1.8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1.19℃)나 남해(1.09℃) 보다 해수온도 변화가 커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고수온에 의한 양식어업 피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북도에 따르면 동해안 양식어업 피해 규모는 2016년 81만2천마리(8억2천4백만원)에서 2024년 277만8천마리(25억천1백만원) 늘어났다. 8년만에 피해규모와 피해액이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 동해안 오징어 줄고 방어·삼치·고등어 늘고
현재 경북지역에 등록된 어선은 3천38척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포항이 1천246척(41%)으로 가장 많다. 이어 영덕(577척·19%), 울진(547척·18%), 경주(365척·12%), 울릉(122척·4%) 등 순이다.
다행히 최근 10년간 경북의 평균 어업 생산량은 9만6천t, 생산액은 4천673억원으로 연도별 등락폭은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해수온도 변하에 따라 어종별 어획량은 크게 변하고 있다. 기존 주요 어종인 명태와 오징어 대신 삼치, 방어, 청어 등이 많이 잡히고 있다. 특히 오징어의 경우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1990년 2만7천801t에 달하던 오징어 어획량은 2024년 2천906t으로 급감했다. 30여년 만에 어획량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문어 역시 최근 10년 만에 어획량이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경북도는 파악하고 있다. 대게와 붉은대게의 경우에도 어민들이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방어·삼치·고등어는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늘고 있고, 청어도 1만t 이상 어획량을 유지 중에 있다.
나날이 감소하는 어업인구도 문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2000년 1만7천642명에서 2010년 1만422명으로 급감한 뒤 2020년에는 5천명 밑으로 떨어졌다. 경북지역 어촌 491개 중 58%는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 선진 어업 체계 구축 및 수산 통계 고도화
포항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내부에 설치된 수조의 모습. 전준혁 기자
경북도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면과 내수면 산업, 가공업까지 활성화시켜 어업생산 2조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 어업 체계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어종별로 연간 어획량 한도를 정해 그 범위 내에서만 어획을 허용하는 어획량관리제도(TAC) 운영에 돌입했다. 어획량이 대폭 감소한 대게류와 오징어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에 나선 것이다.
선상 위판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협 위판정보 실시간 연동시스템 구축 등 수산통계 고도화 사업도 진행 중에 있다. 특히 동해안 수산물의 산업화와 수출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포항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꼽을 수 있다. 현재 포항 장기면 일대에는 2만6천㎡ 규모의 최첨단 테스트베드 구축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의 검증된 원천기술과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인공지능(AI) 제어기술을 융합해 연어를 대량 양식하게 된다.
더불어 고수온에 강한 잿방어와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김을 지역에서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 수산물인 참치의 경우에는 정치망으로 어획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상 가두리 양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두철 경북도 해양수산과장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피해 심화, 지속적인 어촌의 소멸 위험, 국내외 시장환경의 변화로 수산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2024년부터 어업대전환 계획을 수립해 추진중에 있으며 20230년에는 연간 어업생산 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물고기와 식물재배를 한 번에 '아쿠아포닉스'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외부 모습. 이곳에서는 물고기 양식과 식물 재배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를 시험한다. 정운홍 기자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대안으로 아쿠아포닉스도 떠오르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과 식물재배를 결합한 순환형 생산 시스템이다. 바다와 내수면을 가리지 않고, 양식과 재배를 결합한 순환형 시스템은 생산 안정성과 부가가치 확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5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6주간 경북도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전략산업연구동에서 아쿠아포닉스 1차 시험 재배를 진행했다. 아쿠아포닉스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점검하기 위한 실증이었다. 시험에는 수컷 붕어와 청치마상추, 청경채가 활용됐다. 육묘 후 붕어를 입식해 사육수를 순환시키고 4주간 본 재배를 진행한 결과, 붕어 평균 체중은 109.37g에서 128.38g으로 약 17% 증가했다. 반면 암모니아성 질소 수치 상승에 따른 사료 섭취량 저하, 배관 슬러지에 따른 순환 장애가 확인됐다.
식물재배에서는 청경채 발아율이 80.4%, 청치마상추는 59.5%를 보였다. 하지만 재배 단계에서 무기원소 부족으로 잎 마름과 황화 현상이 나타났고, 뿌리의 바이오필름도 생육 저해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번 시험은 아쿠아포닉스 운영에 필요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속어류산업화센터는 후속 시험을 위해 보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암모니아성·아질산성 질소 수치 안정화를 위한 생물학적 여과조를 설치해 배관 슬러지와 바이오필름 발생을 줄이고, 분광광도계를 활용한 자체 수질분석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윤하 토속어류산업화센터 팀장은 "지난해 키웠던 붕어와 청로메인, 바질, 루꼴라는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는 버들치를 키우면서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방향으로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는 남아 있지만,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은 경북 내수면산업의 새로운 대응모델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아쿠아포닉스 재배베드에서 엽채류가 자라나고 있는 모습. <토속어류산업화센터 제공>
박종진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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