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민심의 선택은 늘 경외감을 준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다. 겉으로는 여당의 압승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게 아니다. 개표 초반 서울을 비롯해 여당이 내심 안도하던 주요 선거구조차 새벽녘에 다 뒤집혔다. 여당이 승리한 대부분 지역도 겨우 이겼을 뿐이다. 피말리는 개표 레이스였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결코 웃지 못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야 모두에게 던진 민심의 경고장이다. 6·3 지방선거가 던진 이 엄중한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먼저 성찰·변화하는 쪽이 다음 선거에 희망이 있다. 여야가 다시 똑같은 출발선에 섰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 12곳, 국민의힘 4곳 그리고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 9곳, 야 4곳 무소속 1곳 승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국적 큰 승리'라 평했다. 턱없는 오산이고 곡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정 대표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접하면서 '모든 선거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경구를 새삼 되새긴다. 여당은 '압승', 야당은 '선방'으로 자신의 점수를 스스로 매기는 건 지나친 견강부회다.
내용상 패한 여당은 자신의 오만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선거 초반 잘나가다 막판 어렵게 된 건 오만이 낳은 경솔함과 가벼움의 결과였다. 몇 곳 더 승리한 것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재신임으로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오가 없기를 바란다. 지방권력 태반을 뺏긴 야당은 낡은 이념과 고답적 인적 구성, 부끄러운 과거와 공존하는 당 문화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한동훈 당선자 등 비주류 다수가 선전한 국민의힘은 당장 '당 혁신'의 고통을 피하지 못할 터이다. 장동혁 체제는 탄핵 이후에도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
결과적으로 여야 모두가 웃지 못한 선거였다. 민심은 어느 쪽에도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지 않았다. 있다면 누구도 아닌 유권자가 주인공일 뿐이다. 최후의 승자 '민심'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요구했다. 민생 중심으로 변화하는 쪽에 미래의 희망이 있다는 '선거 이후의 길'도 확실히 제시했다. △안정과 변화를 모두 선택한 민심 △이념보다 경제, 투쟁보다는 행정 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투표 성향 △뚜렷한 세대별 균열 △견제와 균형의 복원은 6·3 지방선거가 우리 모두 앞에 던진 메시지이자 공통과제다.
민심을 어떻게 읽고 선거를 여하히 재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냐를 경쟁하는 건 또 다른 제2의 선거전이다. 이 연장전에서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갈린다. 다시 시작이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