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들여도 방문자 한 자릿수…자체개발 챗봇은 운영종료
TK신공항 등 구현한 '道대표 플랫폼' 경북메타포트
회원가입 안 되다 취재 시작 후 오류 해결·정상 접속
8천만원 들인 메타버스 회의, 오류 탓에 한 번으로 끝
사용된 장비는 결국 '장롱行'…담당자 "활용안 고민"
주민들 "생활과 멀어"…전문가 "작은 것부터 도입을"
'메타버스 수도'라는 구호로 가상공간과 현실을 혼합하고 있는 경북도. 경북도는 비대면이 일상화 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메타버스의 흐름에 올라탔다.
영남일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5월7일까지 경북도와 23개 시군(군위군은 대구시 편입 전인 2023년 7월까지)은 AI·메타버스 등 신기술 관련 보도자료를 848건 발표했다. 이 중 AI 관련이 355개, 메타버스 관련이 277개였다. 또 416개의 신기술 관련 보도자료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나왔다.
경북도의 '메타버스 수도' 선언은 너무 빨랐던 것일까. 메타버스는 유행을 타지 못한 채 대중의 외면 속에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는 듯하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농업과 산업에 적용하는 등 방향을 분명히 했지만, 정작 폐허로 변한 옛 플랫폼 한 구석에서는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경북도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5억을 투자해 제작한 경북도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경북메타포트'의 도지사실 모습. 아바타로 구현된 이철우 도지사의 모습이 보인다. <경북메타포트 캡처>
◆과거에 머문 道대표 메타버스
경북도는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경북도청과 쇼핑몰, 컨벤션홀, 지역 명소 등을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한 개방·체험형 공간인 '경북메타포트'를 2023년 11월20일 정식 오픈했다.
경북도 디지털메타버스과에 따르면, 경북메타포트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5억 원이 투자됐다. 또 운영 및 유지보수 등 관리비로 매년 1억 4천만원을 예산에 편성했다.
11일 접속해 본 경북메타포트. 경쾌한 음악이 기자를 맞이했다. SNS를 통해 로그인 할 수도 있고, 로그인이나 회원가입 없이 메타버스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기대감도 잠시. SNS로 로그인을 하려 했지만 다시 로딩화면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11일 접속한 경북메타포트. 사용하지 않은 이메일인데도 중복됐다는 문구가 뜬다. 이처럼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원활하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된 후엔 회원가입과 로그인이 가능해졌다. <경북메타포트 캡처>
창을 닫고 다시 경북메타포트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해봤다. 이메일과 닉네임을 입력하고 중복확인 버튼을 눌렀다. 닉네임, 생년월일과 성별을 입력하니 '이미 사용 중이거나 중복된 이메일입니다'라는 메세지가 나왔다. 다른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도 답은 같았다. 기자의 답답함과 다르게 무심하고 음악은 경쾌하게 이어졌다. 모바일 버전이 있어서 다운로드 받아봤지만, PC버전과 똑같은 증상이 이어졌다.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경북메타포트는 정상적으로 로그인과 입장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눈에 띄는 특색은 없었다. 16일 접속해본 경북메타포트의 실시간 접속자는 '2'에 그쳤다. 기자와 담당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닉네임을 가진 사용자가 전부였다. 사진갤러리·E-book 진열대·이벤트 알림 등은 모두 2025년에 멈춰 있었다.
손정현(대구 군위군)씨는 "공항을 콘셉트해 면세점을 넣은 것은 센스 있지만 그냥 팝업창으로 뜨는 면세점일 뿐"이라며 "경북메타포트만의 특색을 반영하지는 못한 것 같다. 경북메타포트에 접속했을 때 파격적인 할인코드 같은 혜택이 있으면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나"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북메타포트의 다운로드 수는 '100회 이상'으로, 100~499까지를 의미한다. 메타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2023 경북도청 본청 공무원이 1천539명인데, 그들 조차 무심한 셈이다.
이경희 디지털메타버스과 팀장은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통한 교육 등으로 경북메타포트의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추가 활용과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2023년 8월29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간부회의. 메타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AR글래스를 착용한 상태로 혼합현실 'MR회의'를 전국 최초로 진행했다. 그러나 이 방식의 회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기술과 행정의 부조화
2023년 8월29일 경북도청 3층 회의실의 절반은 비어있었다. 자리에 앉아있는 간부들은 선글라스처럼 생긴 AR(증강현실) 글래스를 착용하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AR글래스를 착용하면 실제로 상대방과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2년 메타경북얼라이언스 기업지원으로 비대면회의를 기업들이 개발, 시범사업으로 이 간부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날 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MR(혼합현실) 기반 메타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AR글래스로 간부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자축했다. 그러나 이 MR 회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이 회의를 위한 AR글래스 37개 구입비와 시스템 개발 등으로 8천만원을 사용했다. 회의 한 번을 위해 8천만원을 쓴 셈으로 대표적인 낭비사례다.
당시 회의 진행 중에도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경북도의 설명이다. 현재 AR글래스는 도청에서 보유한 상태다. 활용되지 않고 있으나 교육사업에 사용·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북도는 2023년 경북연구원과 '챗경북'을 개발해 내놨다. 2025년 운영을 종료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2023년, 1억6천만원을 들여 경북연구원과 'AI 주무관' 챗경북을 개발해 내놨다. 지자체 최초로 대화형 AI였다. 챗경북은 보도자료 작성지원·사업건의조서 작성지원 등의 기능을 갖고, 계속해 고도화와 사용자편의성 강화를 거쳐나갔다. 그러나 불과 1년 2개월 만인 2025년 1월, 운영이 종료됐다.
경북연구원 여운기 박사는 "상용모델은 단순히 설명하면 '채팅창 하나'가 끝이다. 이 채팅창 하나로 원하는 보도자료나 서류양식을 얻기는 어렵다. 챗경북은 정형화된 공문양식을 제공하도록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 박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비용은 적게, 성능은 좋게 했지만 서비스를 종료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운영은 연구원에서, 사용은 경북도에서 하다보니 보안상 절차에 맞지 않았던 부분도 걸림돌이 됐다고 전했다.
경북도 기술예산 시계열 차트 <이미지(박준상)=생성형AI, 자료=지방재정365>
◆AX로 가는 길…실패 아니다
영남일보가 지방재정365를 통해 경북지역 메타버스와 AI 등 신기술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경북지역의 메타버스 예산은 2017년 5억원에서 정점인 2023년에는 117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점점 줄어 2026년에는 16억원으로 집계됐다. AI 예산은 2023년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해 248억원으로 파악됐다. 신기술 유행이 바뀔 때마다 예산도 그대로 갈아탄 정황이 수치로 확인되는 셈이다.
이는 대부분 경북도청의 정책 위주로 일선 시군 시민들에겐 체감이 크지 않다. 박청현(경산 백천동)씨는 "흔히 말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라든지 그런 느낌은 오지 않는다. 게임 같은 형식도 흥미롭지 않고 교육도 전문가 양성 위주라 관심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멀리 보고 있다. 특히 AI와 결합된 디지털트윈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경희 메타버스팀은 "메타버스가 게임산업에서 활용됐는데 당시엔 인건비나 기술 탓에 구축이 쉽지 않았다. 올해부터 디지털트윈에서 피지컬AI를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민수 경북도의회 의원은 "이미 AI가 월등하게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 뒤따라가면서 예산을 퍼부어 봤자 예산 대비 효용가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최혁준 메타버스과학국장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데 , 비용과 이익이 따질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경북도의 정책 방향성과 꾸준함을 엿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는 '기술의 잘못'이 아닌 '유행과 기대감이 부른 실수'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AI에 대해서는 크고 작은 영역에서 생산성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IT테크 전문강사이자 유튜브 채널 '슈퍼휴먼X'을 운영하는 AG브릿지 유장휴 대표는 "메타버스는 기술보다 유행이 앞서 실제 기술이 아닌 '상징적 도입'이라는 측면이 강했다"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거창한 플랫폼이나 AI모델을 만들기보다는 현장의 반복 업무 하나, 시민이 자주 겪는 불편 하나를 정해 작게 적용해보고 효과를 검증해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신기술 정책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배진석 경북도의회 부의장은 메타버스·AI 등 신기술에 대해 "행정에서 선도적으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이 받아들이거나 행정을 통해 구현된 것들은 대부분 이미 상용화된 것이나 낙후되기 직전인 것들"이라며 "행정은 그런 부분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단한 업적처럼 홍보를 하기도 하는데,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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