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웅 기자 <사회 1팀>
"모든 것은 감독 책임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뒤 남긴 말이다. 패장이 책임을 언급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번 발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감독 선임 과정과 대한축구협회 운영을 둘러싼 불신이 큰 탓이다.
그래서인지 '책임'이라는 두 글자가 무겁게 들렸다. 책임지겠다는 말은 쉽다. 어려운 건 책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결과가 좋을 때는 성과를 이야기하면 된다. 하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을 때, 책임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7월 1일이면 민선 9기가 출범한다. 새로운 대구시장과 구청장, 군수들은 저마다 지역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공약은 당선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실엔 늘 계획보다 복잡다단한 상황이 도사린다.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고, 정부 정책 변화로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수가 있다. 실제 최근 지역 미래 먹거리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 산업 유치구상이 삐걱거리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변수가 작용한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청사진과 현실 사이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초선 단체장에게는 실행력이 요구된다. 반면 여러 차례 시민의 선택을 받은 단체장들에게는 또 다른 책임이 따른다. 새 약속보다 지난 약속의 결과를 설명해야 한다는 책임이다. 물론, 행정은 축구처럼 90분 안에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예산과 제도라는 현실의 벽도 넘어서야 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이 오히려 더 많다.
그렇다고 책임까지 미뤄지는 건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질문은 단순하다. "언제 시작합니까" "언제 끝납니까" "그래서 달라진 게 뭡니까". 공약이 늦어진다면 왜 늦어지는지, 방향이 바뀌었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시민들은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약속은 결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그 과정을 얼마나 솔직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공유했는지도 책임의 일부다.
박지성 축구 해설위원은 "지난 월드컵이었다면 1승2패는 탈락할 성적이고, 우리가 기대한 성적이 아니다. 준비 과정부터 결과까지 좋지 않았던 12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의 과오를 반복했다"고 직격했다.
박 위원 평가는 축구계를 향한 말이었지만, 어쩌면 그 의미는 더 넓을지 모른다. 책임은 문제가 생긴 뒤 꺼내 드는 말이 아니다. 약속을 잊지 않는 태도이고, 결과를 설명하는 자세다. 민선 9기의 시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시민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우리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진 않을까.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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