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출범에 앞서 날아든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소식과 'TK 패싱'은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보여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뼈아프다. 30년 넘게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라는 현실에 또다시 패싱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어제(1일) 민선 9기 업무를 시작한 추경호·이철우 TK 두 단체장에게는 중앙정부의 정책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최악의 환경이다. 예산과 인·허가권 등 중앙정부에 목줄이 잡혀 있는 '무늬만 지방자치'인 현실에서, 야당 단체장의 역할과 역량 발휘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따른다. 정권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야당 단체장의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TK 패싱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사 표명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치 탓, 제도 탓, 구조 탓만 하며 손을 놓고 있을 만큼 대구·경북의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지금 대구·경북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대전환이라는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성장동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임기 시작부터 가혹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리더는 위기일 때 역량을 발휘해야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환경이 최악일수록, 위기일수록 이를 돌파해내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도민들은 야당 단체장의 한계를 뻔히 알면서도 두 단체장에게 대구·경북의 미래를 맡겼다. 두 단체장은 그 표심(票心)의 무거운 의미를 잘 헤아려야 한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대구·경북의 미래를 열어젖힐 혁신과 창의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4년 임기 동안 TK 혁신의 물꼬를 터 시·도민의 선택이 옳았음을 부디 증명하길 기대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