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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콘텐츠 피로해” 뉴미디어 지친 MZ, 레거시 미디어로 돌아온다

2026-07-02 20:45
최근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선 재테크 공부를 하기 위해 경제신문을 함께 읽는 모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생성형 AI 제미나이>

최근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선 재테크 공부를 하기 위해 경제신문을 함께 읽는 모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지=생성형 AI 제미나이>

#1 대학생 최모(24)씨는 요즘 화제가 된 영화는 일부러 극장에서 본다. 쇼트폼 영상을 터치 하나로 넘기며 하루에 수십 개씩 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많지 않아 허무함을 느꼈다. 최씨는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며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할 기회가 일상에서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극장에서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두 시간동안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같은 작품이라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 직장인 김민준(28)씨는 2024년 비상계엄 사태 이후부터 중요한 이슈는 부모님이 받아보는 종이신문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김씨는 "SNS는 다양한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 유튜브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편파적인 주장까지 무분별하게 퍼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신문은 사실관계를 검증한 내용을 정제된 언어로 차분하게 정리해줘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뉴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젊은 세대가 레거시 미디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가짜뉴스에 피로감을 느끼며 종이신문, 영화관 등 아날로그 매체의 가치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레거시 미디어가 구조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도 틈새시장을 통해 새로운 수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지난해 종이신문 열독률은 12.7%로 나타났다. 그래프=생성형 AI 클로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지난해 종이신문 열독률은 12.7%로 나타났다. 그래프=생성형 AI 클로드

◆유통 권력 쥔 SNS, 흔들리는 언론…그 속의 '역설적 반등'


최근 중앙그룹 재무 위기 사태는 미디어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 최대 매출을 올린 JTBC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국내 신문사 매출 1위에 오른 중앙일보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메가박스 등 주요 계열사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큰 매체라고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앙그룹 사태는 단기 유동성 위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디어업계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단면이기도 하다. 레거시 미디어는 현재도 여전히 사용되지만 과거에 등장해 오래된 대중매체를 뜻한다. 이 레거시 미디어는 매체 특성상 공론장의 책임을 지면서도 동시에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콘텐츠 유통 권력은 유튜브 등 SNS로 넘어간 지 오래다. 광고시장도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돼 전통 미디어들은 공적 역할과 수익성 사이에서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레거시 미디어의 고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어느 세대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0대 사이에서 종이신문 이용률이 반등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청소년 신문 구독률은 12.7%로 직전 2022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일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답한 10대의 비율은 2019년 7.8%에서 2022년 11.4%로, 지난해에는 12.7%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재단이 발표한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신문 열독률은 전년 대비 1.2%포인트 감소해 8.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신문 소비의 주축을 이루는 50대의 이탈이 두드러진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청소년 신문 구독률은 12.7%로 직전 조사인 3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미지=생성형 AI 제미나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 결과 청소년 신문 구독률은 12.7%로 직전 조사인 3년 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미지=생성형 AI 제미나이>

이런 변화에는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실시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영향이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새 청소년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접할 기회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년 개정된 교육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과와 연계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후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이들의 시각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신문 스터디를 검색하니 나온 게시물. 경제신문 읽는 방법, 경제신문 스터디원 모집 등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에 '신문 스터디'를 검색하니 나온 게시물. 경제신문 읽는 방법, 경제신문 스터디원 모집 등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었다. <인스타그램 캡처>

◆공신력 있는 매체 찾아 경제신문 읽기 모임·뉴스레터 구독


물론 레거시 미디어가 과거 지위를 회복한 것은 아니다. 조회수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틈새시장으로 반짝 뜨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통 언론이 '깊이 읽기'를 위한 매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기존 SNS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며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 정보를 차분히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최근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선 재테크 공부를 위해 경제신문을 함께 읽는 모임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신문 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박성민(31)씨는 "매일 아침 경제신문을 배달받아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고 읽은 뒤, 3~5개의 기사를 선별·요약해 화상회의에서 내용을 공유한다"며 "시장 흐름과 배경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어 훨씬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일간지의 디지털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나온다.


영남일보 독자 이모(28)씨는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가장 큰 차이로 '팩트체크' 여부를 꼽았다. 이씨는 "SNS는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가 많다보니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정보도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퍼트려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종종 보지만, 전통 언론은 정정보도 등 바로잡는 시스템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뢰가 간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CGV 대구한일에서 관객들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예매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 3월 CGV 대구한일에서 관객들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예매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OTT·쇼트폼 영상 대신 영화관으로…"직접 몰입 경험"


이런 흐름은 영화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화관 매출액은 약 3천671억만원으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다. 미국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토이 스토리 5' 등 할리우드 전통 IP 강자가 돌아오고,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등 한국 영화도 선전했다.


지난 2월 발간된 영진위와 한국생산성본부의 '영화콘텐츠 소비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취향에 기반한 장르물 소비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취향 강화는 입소문으로 입증만 되면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 검증된 작품을 직접 극장에서 경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한우 영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SNS와 쇼트폼 콘텐츠가 여전히 대세이지만 이런 콘텐츠에 지친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찾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일종의 레트로 현상으로, 음악을 대부분 디지털로 소비하지만 음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어 "레거시 미디어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체로 소비될 것으로 보이지만, 예전의 신문 시대나 지상파 시대가 다시 돌아올 거라 전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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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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