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공기관이 혈세를 낭비하고 기관장 성과급 잔치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대구시 산하 15개 공공기관의 감사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는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806건에 달하는 지적사항 가운데 규정에 어긋난 복리후생 제도 운영, 사전 허가나 신고 없이 이루어진 외부활동, 쪼개기 수의계약 등이 드러났다.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시립예술단원들의 무단 겸직 및 외부 부당소득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규정 위반과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면, 적발과 동시에 철저히 시정조치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라면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더욱 더 높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런 만큼 공공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감사는 상시적이어야 한다.
알다시피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은 일반 행정조직이 직접 수행하기에는 복잡하고 전문 영역인 첨단기술 육성, 시설 관리, 사회 복지·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더 나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고유의 취지에서 설립됐다. 기술 혁신(TP), 시설 관리(시설공단), 복지 서비스(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문화 서비스(대구문화예술진흥원) 등 저마다의 설립 목적과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일반 공무원 조직 특유의 경직성과 순환 보직, 관행 중시, 딱딱한 규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가미됐다. 기관 특성이 이렇다 보니 관료제의 장점과 민간조직의 특징이 잘 합쳐져 운영되면 행정 효율성은 물론 시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잘못 운영되면 관료제 단점과 민간의 방만함만 보태질 수 있다. 애초 기대한 서비스 향상은커녕 혈세만 낭비하는 조직으로 전락할 이중성을 갖는다. 공공기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이들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발과 처벌, 시정 조치가 전부가 아니다. 지나치게 관료적 잣대를 들이대면 조직 경직성을 가져와 애초에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적발과 엄벌이란 감사 본연의 활동이 자칫 피감기관의 자율성과 전문성, 조직 탄력성을 훼손해 정책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 행정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돼야 할 규정과 지침의 잣대가 공공기관 특성을 훼손할 정도로 심하면 공공기관은 일반 관료 조직보다 못한 무사안일의 늪에 빠지게 된다. 공공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자율성을 보장하되,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성숙한 감사, 정책감사가 자리 잡길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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