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절벽과 짙푸른 바다 사이에 놓인 약 800m의 철제 데크 길을 '송도 해안 볼레길'이라 부른다. 바다 위 하늘에는 알사탕 같은 케이블카 캐빈들이 동글동글 걸려 있다.
좁은 도로를 미끄러져 내려와 바다 앞에 닿았을 때, 거대한 배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솟구친 마천루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둘러섰다. 적이 흠칫한 마음을 먼 바다로 돌리자 그제야 배는 스르르 물러나고 마천루는 눈을 감는다. 해변은 너무 큰 것들에 둘러싸여 아주 작아 보인다. 하늘에는 알사탕 같은 케이블카 캐빈들이 동글동글 걸려 있다. 송도해수욕장,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이라 한다. 차 문을 열자 어후, 날아가겠다. 바람이 세고, 가랑비가 내린다. 왜 모래밭에 아무도 없는지 알겠다. 잠시 고민하다 우산을 챙겨 송도해수욕장의 서쪽 암남항 뒤꼍 오솔길로 향한다.
깎아지른 절벽과 짙푸른 바다 사이에 놓인 약 800m의 철제 데크 길을 '송도 해안 볼레길'이라 부른다. 일대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 송도 해안 볼레길
입구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여기는 송도반도 국가지질공원입니다.' 사실 송도는 지명이 아니다. 행정구역상 지명은 암남동. 그러나 사람들은 암남동보다 송도라는 이름을 더 즐겨 부른다. 송도해수욕장과 감천항 사이 좁고 긴 땅을 송도반도라 한다. 암남동이라 암남반도라고도 하고, 천마산, 장군산, 진정산이 남쪽으로 줄기를 뻗은 땅이라 장군반도라고도 한다. 그 반도의 절벽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절벽과 해안이 약 8천만 년 전 백악기 말의 지층과 그 후의 지각변형과정을 보여주는 국가 지질 공원이다. 오솔길 옆에 지질공원 안내소가 자그맣게 있다. 길섶은 국내 곳곳의 특별한 암석들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이다. 녹색사암, 처트, 역암 등이 수십 개이고, 옥과 화석, 공룡발자국도 있다.
곧 해안 산책로가 시작된다. 깎아지른 절벽과 짙푸른 바다 사이에 놓인 약 800m의 철제 데크 길이다. 이 길을 '송도 해안 볼레길'이라 부른다. '보다'와 '둘레길'을 합쳐 만든 말이라 한다. 바닥 철판에는 작은 구멍이 뿅뿅 뚫려 있다. 구멍의 가장자리가 살짝 돋아 있어 걸음도 마음도 조금 안심이 된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본의 아니게 가냘프고도 나긋나긋하게 계단을 오르내린다. 메리 포핀스가 될 것 같아 일찌감치 우산도 접는다. 몇 군데 전망 벤치가 있다. '살기 좋은 서구'라는 자랑을 곁들인 액자형 포토존이나 캐릭터 인형 등으로 꾸며진 곳들이다. 돌아보면, 송도는 꽤나 선명하다. 바다 건너 영도는 해무에 갇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흐린 바다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거선들이 유령처럼 떠 있고 하늘에는 캐빈들이 소리 없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바닷가에 펼쳐져 있는 현무암 용암을 본다. 절벽에 드러나 있는 정단층도 본다. 백악기 말 이곳은 다대포분지라는 커다란 호수였다. 그 호수의 퇴적층을 다대포층이라 한다. 이곳에서는 다대포층의 퇴적암, 호수가 생겨나면서 형성된 단층, 이후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암류, 이들을 관입한 유문암 등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절벽에 피어난 참나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벽을 타고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물줄기 옆에 목 축이는 새처럼 피어나 있다. 주변에는 사철나무가 무더기로 꽃 피울 준비를 한다. 검은 해오라기가 절벽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한다. 저 꽃은 언제 열매가 되려나 생각하는 듯도 하다. 한번쯤 짧게 바닷가로 내려서고, 두 번쯤 출렁다리를 건너고, 한번쯤 짧게 절벽의 돌길을 걸으면 저 앞에 용궁구름다리가 바짝 다가와 있다.
송도반도의 남쪽 끝에는 암남공원이 큼직하게 자리한다. 암남공원에서 무인도인 '동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송도 용궁구름다리다.
용궁구름다리는 길이 127.1m, 폭 2m 규모의 해상 현수교로 바다 위를 가로질러 반도와 동섬을 연결한다. 교량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행운의 열쇠' 모양이라 한다.
◆ 송도 용궁구름다리
송도반도의 남쪽 끝에는 암남공원이 큼직하게 자리한다. 암남공원에서 무인도인 '동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송도 용궁구름다리다. 해안 산책로에서 암남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우르르 주차장을 건너지른다. 날씨가 궂어서 그들이 좀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주차장 끝자리 절벽 아래에는 해녀촌 천막이 일렬로 자리한다. 평일 낮이라 휑하지만 주말에는 초저녁부터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 많은 곳이라 한다. 그 옆에 수직 승강기가 있다. 화장실 뒤로 계단도 있다. 어느 쪽으로든 오르면 암남공원이고, 송도 해상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초입이고, 용궁구름다리 입구다.
용궁구름다리는 길이 127.1m, 폭 2m 규모의 해상 현수교로 바다 위를 가로질러 반도와 동섬을 연결한다. 교량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행운의 열쇠' 모양이라 한다. 맑은 날에는 멀리 거제도와 가덕도까지 조망할 수 있고, 일몰 때면 황금빛 조명이 석양에 물든 바다와 어우러지고, 밤이면 바다 위의 신기루마냥 환상적인 장관을 이룬단다. 원형의 탐방로에서는 해식동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용궁구름다리는 비바람으로 폐쇄다. 입구 문을 부여잡고 넘어다본다. 동섬 정수리가 꽃밭이다. 터덜터덜 다시 해안 볼레길로 향한다. "조심 하이소. 바람이 세요." 입구 절벽 아래 몸을 웅크리고 있던 부산 사나이가 툭, 말을 건넨다. 그새 길이 폐쇄되었나 마음이 덜컹 했는데 잘 가시라는 따뜻한 뜻이시다.
거북섬의 원래 이름이 '송도'였다. 지금 거북섬은 세 개의 다리와 연결되어 있다. 두 개는 뭍과 이어지고, 하나는 바다로 뻗어 나가는데 '송도 구름산책로'라고 부른다.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첫 공설해수욕장이다. 7월 1일 개장해 다음 달 말까지 운영한다.
송도해수욕장.
◆ 송도해수욕장
가랑비와 안개비가 갈마들고, 바람이 살짝 약해졌다. 우산을 쓴 사람들과 우산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해변을 누빈다. 송도해수욕장의 동쪽 끝으로 간다. 거기에는 해상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이 있고, 또 거북섬이 있다. 거북섬의 원래 이름이 '송도'였다. 소나무가 많은 작은 섬이었고, 가까운 갯가에는 20세기 초까지 고작 2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부산에 살던 일본인들은 휴양지를 원했다. 그들은 1913년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해 '송도'에 '수정'이라는 휴게소를 세우고 해수욕장을 열었다. 우리나라의 첫 공설해수욕장이었다. 소나무가 육지로 옮겨진 뒤 '송도'는 민둥한 바위섬이 됐고, 거북을 닮았다고 거북섬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송도는 해방 후에도 큰 인기를 누렸다. 1965년에는 거북섬에 '송도구름다리'가 생겼고 1970년대에는 케이블카, 다이빙대와 함께 3대 명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구름다리는 1987년 태풍 '셀마'로 큰 타격을 입었고 노후화로 2002년 결국 철거됐다.
지금 거북섬은 세 개의 다리와 연결되어 있다. 두 개는 뭍과 이어지고, 하나는 바다로 뻗어 나가는데 '송도 구름산책로'라고 부른다. 2015년에 부활했다. 연인과 가족과 부부가 구름 위를 걷는다. 어린아이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는다. 나는 구름 속 난간을 꽉 잡고 해수욕장을 바라본다. 수면 위로 고래 꼬리가 반짝거린다. 비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발을 담근 소녀들도 있다. 올해 송도해수욕장은 7월 1일 개장했다. 방문했던 날이다. 개장 첫날부터 비바람이 몰아쳤으니 모래밭의 기물들은 모두 어깨동무로 포복해 있었다. 건장한 청년들이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은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지만 끈적이지 않는다. 비둘기가 조심스레 모래를 밟는다. 모래는 진흙처럼 보드랍다. 소년들이 달려와 파고라 속에서 명랑한 웃음을 보인다. 저 명랑함이 여름이지.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55번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간다. 대동 톨게이트 지나 중앙고속도로 종점인 삼락IC에서 오른쪽 하굿둑 방향으로 나가 강변대로를 타고 직진, 을숙도대교 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직진, 국민체육센터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직진, 감천사거리에서 암남공원, 송도 방면 오른쪽으로 간다. 송도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내려가면 왼편에 송도해수욕장이 보인다. 송도해변로를 따라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30분에 900원 정도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까지다. 매달 1·3번째 월요일은 쉰다. 강풍이나 호우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다. 입장료는 성인 1천원, 7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암남공원 공영주차장에 주차 후 해안길 따라 해수욕장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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