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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보성의 야구칼럼] 축구감독, 야구감독

2026-07-07 06:00
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남자들의 로망인 다섯 가지 직업이 신문사 편집국장, 영화사 영화감독, 해군 함대사령관, 국가대표 축구감독, 그리고 프로야구 감독이라고 한다. 일견 순 엉터리에다 웃자고 하는 소리 같지만,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든 직업은 모두 화제의 중심에 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권자의 자리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평소 꿈꿔 오던 일을 맘대로 다 할 수 있으니 어찌 로망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권한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축구의 홍명보 감독이 그랬다. 영광의 자리가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변했다. 30일 그가 귀국하는 인천공항의 입국장 풍경은 가관이었다. 그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마자 멕시코 사포판 베이스캠프에서 이미 감독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항의 인파가 모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해하겠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그 바람에 인천경찰청과 공항경찰단에서 100여 명이 넘는 기동대까지 동원이 되었다. 새벽 4시의 입국장 풍경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실 홍명보 감독의 이번 귀국은 기시감이 있다. 12년 전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했을 때도 감독이 홍명보였다. 그때도 입국장에 욕설과 함께 '엿'이 날아들었다. 남들은 한 번도 하기 힘든 월드컵 감독을 두 번이나 하고 두 번 다 욕을 먹었으니, 죽고 싶은 심정에다 바깥 외출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틀을 지내더니 마스크에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도망가듯 미국으로 출국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단순히 게임에 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홍명보 감독에게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 모리야스 감독을 보면 안다. 일본도 브라질에게 지고 탈락을 했지만 온 국민들이 열렬히 환영을 했다. 경기내용이 정말 훌륭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져도 그냥 진 것이 아니었다. 전술과 전략의 빈곤에다 납득할 수 없는 선수 기용, 거기다 유체이탈 화법까지 시전하였다. 그러니 온 국민의 분노는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글로벌 스포츠 급여분석 업체인 셀러리 릭스(SalaryLeaks)에 따르면 그의 추정 연봉은 37억원으로 모리야스 감독의 17억원보다 2배가 넘는다. 감독 선임부터가 이상하다. PT와 면접을 생략한 채 밤늦게 자기 집 앞 빵집에서 미팅을 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과 절차적 하자로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함께 경찰 수사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기가 찰 일이다.


차제에 프로야구 감독과 프로축구 감독을 한번 비교해 보자. 프로야구의 인기를 감안하면 설사 국가대표라고 해도 축구감독과 견주어 그 대접에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야구가 축구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감독으로 있던 시절에는, 코리안시리즈도 아니고 그냥 페넌트레이스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한 게임만 져도 '천보성 죽여라'는 구호가 들리기 일쑤였다. 하긴 감독은 아니지만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당시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콜롬비아 축구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자책골을 넣고 1대2로 패한 다음 고향 메데인에서 광팬의 총에 맞아 27살의 생을 마감하기도 했으니 서로 도긴개긴 같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현역 프로야구는 팀이 10개이니 감독도 10명이다. 얼핏 많은 것 같지만 수많은 야구인들 가운데 선택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강한 자부심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더불어 높은 연봉과 인기도 즐기고 있다. 승부에 이기면 천하를 얻게 되고 이른바 돈과 미인과 명예가 그들의 것이 된다. 반면에 승부에 지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저런 일을 차치하고 나서도 얼마나 하고 싶었던 감독자리인가. 최고 로망의 직업임이 분명하다. 관둘 때 관두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소신껏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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