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시상식에서 DIMF 관계자 및 참가작 창작진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18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올해 DIMF는 작품의 양질적 발전을 꾀하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개최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다만 DIMF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지난 20년의 성과를 넘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화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작품 질적인 향상 돋보여…중국 뮤지컬 '보옥' 대상
올해 축제는 20주년을 맞아 34개의 역대 최다 작품이 공연됐다. 작품의 수가 늘어난 만큼 1인극, 아카펠라 뮤지컬, 집을 지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엿볼 수 있었다. 축제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향상도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인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작품별로 완성도 차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퀄리티가 향상됐다"며 "창작지원작 중에서도 당장 상업화할 수 있는 작품들이 보였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완성도, 창의성, 발전 가능성, 프로덕션의 유기적인 결합 등을 고려해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런 기준에 따라 올해 DIMF 대상은 공동 폐막작 '보옥'이 차지했다. '보옥'은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동양 고전 서사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정서와 화려한 무대, 배우들의 밀도 있는 앙상블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 6일 열린 시상식에서 작품의 프로듀서는 "이 상은 보옥만을 위한 상이 아니라 중국 창작 뮤지컬을 향한 큰 응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중 뮤지컬의 교류와 협력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난 6일 열린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보옥' 프로듀서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심사위원상은 대구시립극단의 '피아노의 숲'에게 돌아갔다. 클래식 음악과 섬세한 서사를 무대 위에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외국뮤지컬상에는 영국 뮤지컬 '바버숍페라: 토니 & 더 가이즈!'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카펠라 형식의 뮤지컬로 재치 있는 무대를 구현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남겼다. 창작뮤지컬상은 한민규 작, 유수진 곡의 '보들레르'가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피아노의 숲'의 이휘종(카이 역), '보옥'의 장저(가보옥 역)가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은 '투란도트'의 리사(투란도트 역) △남우조연상은 '성주(城主): 집 잃은 신의 서울 표류기'의 신창주(이조순 역) △여우조연상은 '투란도트'의 고운(로링 역)이 받았다. 축제 20주년을 기념해 특별 공로상도 마련됐다. 20주년 특별 공로상은 이장우 DIMF 전 이사장(20주년 준비위원장)과 유지이 상해음악원 원장에게 수여됐다. 이밖에도 △올해의 스타상은 정성화·김다현·이재환(남자 부문), 최정원·신영숙·루나(여자 부문) △올해의 신인상은 김성식·방민아에게 돌아갔다.
◆호불호 갈린 '투란도트'…지역 창작지원 강화 목소리도
한편 7년 만에 돌아온 개막작 '투란도트'를 두고 상반된 평이 쏟아졌다. '투란도트'는 DIMF가 자체 제작해 해외 라이선스 수출 등의 성과를 거둬온 작품이다. 올해는 향후 더 많은 국가·지역에서 공연하기 위해 현대화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알려져 공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초창기 투란도트가 바닷속 환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했다면, 이번 공연은 붉은 LED 기둥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 느낌의 가상 왕국으로 무대가 바뀌었다. 또 "무대 공간을 의도적으로 비워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심사위원단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공연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심플한 무대로 넘버와 서사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부 관객들은 간소화된 무대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전 버전의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 사이에서는 작품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올해 작품을 관람한 김정윤(26)씨는 "붉은 LED 기둥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공간 간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연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넘버 대부분이 인물 내면을 표현하기보다 후렴 반복에 집중된 점도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20주년을 맞은 DIMF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축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지역 문화예술인 A씨는 "DIMF가 다양한 작품을 유통하고 공연하는 역할은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지역에서 뮤지컬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지원은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대구의 작품과 인재들이 DIMF를 발판 삼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도 강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축제 심사위원을 맡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공연영상학과)는 무엇보다 대구에 뮤지컬 전용 극장을 포함한 콤플렉스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DIMF는 지난 20년 동안 씨앗을 잘 뿌린 축제지만 이제는 축제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확'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현재 작품이 오르는 공연장들은 주차 등 편의시설이 좋지 않고 뮤지컬에 특화된 공연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뮤지컬 전용 극장이 조성되면 축제 기간에는 DIMF의 거점 공간으로, 평소에는 뮤지컬을 상시 공연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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