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712027465254

[주말&여행-전북 장수군 수분마을 뜬봉샘] 용마루에 떨어진 빗물, 금강과 섬진강이 되다

2026-07-12 14:04
뜬봉샘은 신무산 8부 자락의 샘으로 이 물이 전라와 충청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397.25㎞ 금강의 첫물이다.

뜬봉샘은 신무산 8부 자락의 샘으로 이 물이 전라와 충청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397.25㎞ 금강의 첫물이다.

수분령(水分嶺)에 오른다. 물이 갈라지는 고개, 이곳에서 신무산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북쪽으로 가면 금강이 되고, 남쪽으로 향하면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옛날 고갯길 가운데에 외딴집 한 채가 있었는데 비가 오면 용마루 남쪽으로 흐른 빗물은 섬진강으로, 용마루 북쪽으로 흐른 빗물은 금강으로 흘렀다고 전한다. 수분령 표석이 있는 고갯마루에 식당과 주유소가 있다. 옛날 주막이 있었다는 자리다. 주막은 1990년대에 헐리고 1996년 새로운 휴게소가 들어섰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간판에 시가 적혀 있다.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자고가고, 길손은 정 두고 가는 수분령, 고갯마루 목로집 주모는 섬진강 물줄기 따라 남해로 떠났고, 장돌뱅이 나그네는 금강 물줄기 따라 서해로 흘러갔단다.


뜬봉샘 생태공원의 중심 시설인 금강사랑 물 체험관. 이곳에서 뜬봉샘까지는 1.5㎞다.

뜬봉샘 생태공원의 중심 시설인 금강사랑 물 체험관. 이곳에서 뜬봉샘까지는 1.5㎞다.

◆ 수분마을 뜬봉샘 생태공원


수분령을 내려다보는 신무산자락에 수분마을이 있다. 물뿌랭이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물의 뿌리라는 뜻이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이 금강과 섬진강의 최상수원이다. 그 물줄기를 거슬러 쫓으면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에 이른다. 마을과 뜬봉샘을 아우르는 골짜기 전체가 생태공원이다. 2011년 개장했고 2024년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마을 입구에 방문자센터와 카페가 있다. 모두 불이 꺼져 있어 그냥 지나친다. 수분교를 건너 오르면 '금강사랑 물 체험관'이 자리한다. 생태공원의 중심 시설로 장수의 자연과 금강의 발원 등 생태계에 관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뜬봉샘까지 1.5㎞다.


한동안 잘 닦인 길이 이어진다. 유리온실을 지난다. 금강제비꽃, 얼레지, 백작약, 뻐꾹나리, 깽깽이풀, 동의나물 등 장수의 자생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계절별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길 따라 라온놀이터, 나래울마당, 숲속놀이터와 전망대, 생물자원보전구역 등으로 연결되는 곁길이 자꾸 끌어당기지만 두 눈 부릅뜨고 '뜬봉샘' 이정표를 충실히 따른다. 수서식물 비오톱을 가로지른다. 남생이와 자라와 두꺼비와 개구리가 사는 곳이라 한다. 물레방아 쉼터를 지난다. 이곳에는 북방산개구리가 산다. 벌써 개구리를 네 번이나 보았는데, 혹 그것이 두꺼비였을까, 혹은 북방산개구리였을지도. '가온누리길'에 접어든다. '가온'은 가운데, '누리'는 세상이라는 뜻이니, 세상의 한 가운데로 당당하게 걸으라는 의미겠다.


가온누리길. 본격적인 데크길로 계류를 넘나들며 내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한다. 생물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판들이 많고 쉼터도 넉넉하다.

가온누리길. 본격적인 데크길로 계류를 넘나들며 내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한다. 생물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판들이 많고 쉼터도 넉넉하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데크길이다. 계류를 넘나들며 내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하는 길이다. 큰 무리는 없지만, 오르막길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넉넉한 쉼터와 생물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판들 덕에 한량으로 즐기느라 숨이 무겁지는 않다. 새들은 어찌 그리 지저귀는지. 사방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도 상냥하게 느껴진다. 데크길이 임도에 닿으면 다시 그늘 짙은 숲길이다. 길 가의 돌들은 이끼에 덮여 있고 고사리 잎들은 싱싱하다. 산수국도 곱다. 꽃봉오리가 청보라색인데, 하얗거나 푸른 꽃들이 지금 가장자리부터 꽃잎을 스쳐대며 피어나고 있다. 풀숲 가운데는 문득문득 단감 빛깔의 하늘말나리가 선명하다.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열어젖힌 모습이 순수하게 직설적이다. 여름 숲에서 나리류의 꽃들은 도드라지는 빛깔과 거침없는 개방성으로 곤충들을 유혹하는 듯하다.


◆ 강의 시작, 뜬봉샘


숲길 끝 동굴의 입구처럼 환하고 동그란 빛 속으로 나간다. 여기서 뜬봉샘까지 70m다. 물소리는 잦아들고, 지하수가 지면을 적시며 물줄기를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금세 뜬봉샘이다. 강의 시작이다. 동그란 옹달샘이다. 생채기 하나 없는 수면은 줄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고 미동도 없다. 이 물이 그렇게 우렁찬 물소리를 내었다니. 이 물이 전라와 충청을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397.25㎞ 금강의 첫물이라니. 검지를 살짝 적셔 본다. 앗, 차가워는 아니고 오, 시원하고 부드럽다.


뜬봉샘은 한자로 비봉천(飛鳳泉), '봉황이 날아오른 샘'이다. 옛날 이성계가 신무산 중턱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를 올렸는데, 백 일째 되는 날 봉황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날아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 샘이 있어 뜬봉샘이라 부르게 됐다는 전설이 있다. 샘에 무언가가 꼼짝 않고 있다. 가만,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도룡뇽 새끼 같다. 네가 봉황이었으면 나도 나라를 얻었을까. 뜬봉샘 덮개돌 주변으로 노란 매미꽃이 지천이다. 비스듬히 내리는 빛, 바람도 없고, 새 소리도 없이 고요하다. 네가 봉황이 아니어도, 이곳은 신비스럽다. 신무산은 신선이 춤을 추었다는 산이다. 신선이 나타나도 놀랍지 않다.


뜬봉샘 생태공원의 자작나무 숲. 2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전국 최남단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이라고 한다.

뜬봉샘 생태공원의 자작나무 숲. 2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전국 최남단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이라고 한다.

자작나무 숲을 나오면 임도다. 임도 바로 아래에 물뿌랭이 전망대가 있다. 수 공간이 있는 전망넓은 쉼터다.

자작나무 숲을 나오면 임도다. 임도 바로 아래에 물뿌랭이 전망대가 있다. 수 공간이 있는 전망넓은 쉼터다.

◆ 수분마을 가는 길


돌아가는 길은 자작나무 숲을 지나기로 한다. 동그랗게 빛나던 숲길 끝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이 길이 맞나, 저 길이 좋아 보이는데 싶어도 꼭 화살표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면 제법 하산한 끝에 자작나무 숲에 들게 된다. 이곳에는 2천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전국 최남단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눈 속의 자작나무 숲은 가끔 섬뜩할 때가 있는데 그것은 옹이의 검은 눈빛 때문이다. 여름의 자작나무숲은 밝고 무관심하고 태평스러워서 오래 보아도 옥죄임이 없다. 자작나무 숲의 끝자락, 길바닥에 피어난 토끼풀을 지나치다 다시 돌아가 허리 굽혀 내려다본다. 네잎 클로버다. 그대로 두고 왔으니 그대들도 행운을 만나길.


핑크색 수국이 활짝 피어있는 아름다운 쉼터는 하늘다람쥐의 비밀정원이다.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라고 한다.

핑크색 수국이 활짝 피어있는 아름다운 쉼터는 '하늘다람쥐의 비밀정원'이다.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라고 한다.

장수성당 수분공소. 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를 탄압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세운 한옥 성당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금도 예배처로 쓰이고 있다.

장수성당 수분공소. 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를 탄압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세운 한옥 성당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금도 예배처로 쓰이고 있다.

장수성당 수분공소.

장수성당 수분공소.

자작나무 숲길은 임도와 만나면서 끝난다. 여기서 가온누리길이 아닌 수분마을로 향한다. 시멘트 길이고, 이따금 물소리와 농기계소리와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핑크색 수국이 활짝 피어있는 아름다운 쉼터는 '하늘다람쥐의 비밀정원'이다.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지라고 한다. 커다랗고 텅 비어 묵직한 파고라에서 잠시 빗소리를 듣는다. 둘러선 산자락의 구름들이 심상찮다. 하산을 서두른다. 지붕들과 텃밭들이 층층으로 보이고, 개망초가 흐드러진 길을 지나 마을로 든다. 봉황그림과 주막 벽화를 눈 속에 새겨 넣고 마을의 중심이었다는 공동우물에서 잠시 비를 피한다. 우물은 깊지 않고, 작은 옹달샘 같다.


우물에서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만발한 흰수국 밭이 펼쳐지고 그 위에 소박하게 자리한 장수성당 수분공소가 보인다. 1866년 대원군의 천주교를 탄압 때 피난 온 사람들이 세운 한옥 성당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금도 예배처로 쓰이고 있다. 성당 처마 끝에서 빗물이 떨어진다. 십자가상을 적신 빗물이 예수님의 발끝에서 떨어진다. 조용하던 전화기에서 호우주의보 메시지가 연신 울린다. 이 빗물은 서해로 갈까 남해로 갈까. 분수령에 비안개가 짙어진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12번 대구광주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가다 동남원IC로 나간다. 중절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직진, 남장수교차로에서 장수, 덕유산 방면으로 좌회전 후 논실삼거리 회전교차로에서 3시 방향으로 나가 직진, 뜬봉샘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올라가면 된다. 금강사랑물체험관 앞에 주차장이 있다. 체험관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연중무휴이다. 주차와 입장 모두 무료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