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특화단지 분양률 17%
조현일 시장“전면수술”예고
‘업종제한’ 규제가 큰 걸림돌
뷰티·바이오 등 융복합 필요
동부지역본부 박성우 차장
493억원을 들여 9년 만에 조성한 경산 화장품특화단지의 산업용지 분양률은 17%에 머물러 있다. 경산시가 K-뷰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며 야심 차게 조성한 산업단지의 현실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기업은 왜 오지 않는가.
취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분양가였다.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3.3㎡당 분양가는 126만원까지 올랐다. 지방 산업단지치고는 비싸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화장품 경기 침체와 수도권에서 떨어진 입지 역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만난 화장품특화단지 1호 입주기업인 바이노텍 김유미 대표의 진단은 달랐다. 그는 분양 부진의 원인으로 주저 없이 '업종 제한'을 꼽았다. "산업은 이미 융복합으로 가고 있는데 단지는 과거 화장품 산업의 틀에 묶여 있습니다." 현장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진단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지금은 화장품 기업이 건강기능식품과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제약회사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시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산업단지의 입주 기준은 여전히 업종별 칸막이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은 이미 여러 산업을 넘나드는데 행정은 하나의 업종만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노텍이 경산을 선택한 이유 역시 '업종'이었다. 당초 대구혁신도시에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설계까지 마쳤지만,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 공장을 따로 지어야 할 상황에서 경산시가 손을 내밀었다.
김 대표는 "우리 같은 기업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이곳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분양가에 대한 그의 평가였다. 기업 유치 실패의 주범처럼 지목된 126만원의 분양가가 반드시 비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와의 접근성과 각종 투자·행정 지원을 고려하면 사업 의지가 있는 기업에게는 분양가보다 '내가 하려는 사업을 이곳에서 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은 경산시가 화장품특화단지의 분양 부진 원인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현일 경산시장도 지난 1일 민선 9기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화장품 산업 정책의 '전면 대수술'을 예고했다.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단순히 보조금을 더 주고 기업을 찾아다니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특화단지의 정체성을 포기한 채 아무 제조업이나 받아서도 안 된다.
화장품을 중심으로 바이오,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천연물 소재 등 연관 산업이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넓혀야 한다. '화장품특화단지'라는 이름에 갇힐 것이 아니라 변화한 산업 생태계에 맞는 뷰티·바이오 융복합 거점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기업이 서울에 있든, 인천에 있든, 경산에 있든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라는 것이다. 경산 화장품특화단지도 마찬가지다. 위치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 주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은 이미 경계를 허물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행정의 업종 코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493억원을 들인 산업단지가 비어 있는 이유를 어쩌면 우리는 너무 먼 곳에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동부지역본부 박성우 부장>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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