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국제학술대회의 가치는 단순히 참가 인원이나 행사 규모에 있지 않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와 운영 경험, 그리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브랜드 가치가 진정한 경쟁력이다. 아시아태평양 안티에이징 컨퍼런스(APAAC)는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지난 8년간 대구를 대표하는 국제학회로 성장해 왔다.
2018년 출범한 APAAC는 대구의 대표적인 병의원 및 각 대학병원의 대표적인 교수들이 아시아 태평양 안티에이징 학회(APAAS)를 만들어서, 이를 중심으로 매년 해외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발전했으며, 최근에는 15개국 이상에서 800여 명이 참가하는 아시아권 대표 안티에이징 학술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학술교류를 넘어 의료관광과 의료산업, 국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대구의 국제 의료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APAAC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과와 치과가 함께하는 융합형 국제학회라는 점이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재생의학, 항노화의학과 함께 치과 분야가 하나의 무대에서 학문적 교류를 이어오며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이는 다른 학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APAAC만의 독창성이었다.
치과분야 역시 단순한 부속행사가 아니었다. APAAS 부회장인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이재목 교수를 중심으로 그간 해외 연자 초청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디지털 치의학, 임플란트, 구강노화, 안면 심미 등 미래 치의학을 다루는 학술 프로그램과 실습 교육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이는 국내 치과 의료기기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대구 치과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성과는 수년간 치과계와 의료계가 함께 쌓아온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최근 내부적인 사정으로 APAAC의 주관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치과 분야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프로그램이 사라진 문제가 아니다. APAAC를 APAAC답게 만들었던 핵심 가치와 차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항노화의학은 더 이상 특정 진료과만의 영역이 아니다. 구강건강은 영양과 만성질환, 인지기능,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임플란트와 저작기능 회복, 구강노화 예방은 WHO에서도 강조한 건강수명 연장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의과와 치과의 융합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이며, 치과가 빠진 항노화 학술대회는 APAAC가 지녀온 차별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학회의 생명은 신뢰와 연속성이다. 해외 연자와 참가자들은 행사 이름보다 운영의 일관성과 파트너십을 보고 참여를 결정한다. 오랜 기간 함께 만들어온 치과 분야가 갑작스럽게 사라진다면 해외 학계와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혼란과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국제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 수 없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더욱이 대구는 의료와 인공지능, 바이오산업을 연계하는 AI바이오메디시티협의회를 중심으로 미래 의료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를 위해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국제 치의학 학술행사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는 연구원 유치의 당위성과 지역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시기에 치과 분야 국제 플랫폼이 축소되는 것은 지역의 미래 전략과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학회는 특정 기관의 행사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공공의 자산이다. 운영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성과와 정체성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APAAC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은 이유는 규모가 아니라 의과와 치과가 함께 미래 의료를 논의하는 융합의 가치에 있었다. 8년 동안 쌓아 올린 국제 브랜드는 소중한 자산이다. 의과와 치과가 함께 성장하는 국제 플랫폼을 지켜낼 때, 대구는 AI바이오메디시티의 비전을 실현하고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라는 목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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