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건주의(Neo-feudalism). 유튜브를 보고, 앱을 다운받고, 온라인 쇼핑을 할 때마다 사용료와 구독료를 내거나, 나의 은밀한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마치 중세시대 봉건영주에게 소작료를 바쳐야 하는 상황과 비슷해 등장한 용어다. 그 뿌리는 소위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다. 1990년대 말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을 만들었다. 2002년 이들이 회사를 전자상거래 공룡 '이베이(eBay)'에 1조 8천억 원에 매각하면서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졌다.
거금을 손에 쥔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그들만의 왕국(?)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창업주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창업해 우주 개척에 나섰고, 피터 틸은 빅데이터 기업 팰런티어를 설립해 미국 대선과 전쟁 등 국제 정치 마당의 막후에서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페이팔의 초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였던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만들었고, 수석부사장이었던 리드 호프먼은 비즈니스 인맥 SNS인 링크드인을 창립했다. 오픈AI의 초기 자금 역시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2007년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라 불렀다.
이들은 '거대한 디지털 영토'를 구축해 인류(소비자)가 그 안에서 소통하고, 검색하고, 쇼핑하도록 했다. 이 디지털 영토가 '신봉건주의' 시대를 열었다. 페이팔 마피아의 후예인 오늘날의 빅테크 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땅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다. 첨단산업시대, 우리는 퇴행적인 중세경제구조에 갇혀버린 것일까?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