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지역 지방의원들이 내놓은 일부 공약(公約)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영남일보가 6·3지방선거 선거공보와 무투표 당선인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선거공약을 전수분석한 결과,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제 체급을 넘어서는 거창한 대형 사업들을 공약으로 남발했다. 민간기업의 투자 판단 영역이나 초법적 발상을 공약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들로, 골목 민생을 돌봐야 할 지방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K-2 후적지 개발 조기 착공, 포항 영일만 북극항로 플랫폼 구축, 180만 평 규모 고래불랜드와 전 객실 리조트 조성, 동대구 역세권 개발이익 10% 골목상권으로 환류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군위군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최소화처럼 광역단체장이나 국토부 장관의 고유 권한을 제 것인 양 속이는 민원성 공약도 수두룩하다.
지방의원들의 '공수표 공약'은 사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총선공약을 복사해 붙여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유권자와의 엄숙한 약속이 아니라,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을 향한 낯부끄러운 하청 공약이자, 정치적 충성 맹세인 셈이다. 공약 실현이 무산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나중에 핑계 댈 조항이 명확하다. "중앙정부가 안 해줬다"며 책임을 떠넘길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국회의원 선거를 두 번 치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진짜 필요한 지방 행정 서비스를 박탈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주민들은 내 집 앞의 주차난을 해결하고,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며, 지자체의 세금 낭비를 감시할 '동네 일꾼'을 원한다. 지방의원들의 '공약(空約)'은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허탈감만 안길 뿐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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