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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과 예술, 애초에 경계는 없었다…대구문화예술회관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

2026-07-21 17:02

폴 마레샬 컬렉션 음반 커버·광고·패션 등 300여 점
팝아트 거장 넘어 상업예술가 조명
작품 구성 대부분 대전 전시와 동일…대구만의 특색은 부족

오는 10월2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는 워홀이 1967년 디자인한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의 앨범 커버 등 그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오는 10월2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는 워홀이 1967년 디자인한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의 앨범 커버 등 그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엄마, 노란 바나나가 점점 까지고 있어."


지난 10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지난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을 관람한 윤아인양(7)이 말했다. 윤양이 본 작품은 앤디 워홀이 1967년 디자인한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의 앨범 커버다. 16개의 앨범 커버로 구성된 이 작품은 바나나 껍질이 점진적으로 벗겨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팝아트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일상의 사물을 도발적 아이콘으로 전환해 미술·음악·대중문화의 경계를 흔든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윤양은 "바나나 껍질이 점점 까지면서 살구색이 나오니까 신기했다"면서 "고양이 그림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윤양과 함께 전시를 보러 온 나보라씨(37)는 "앤디 워홀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딸과 같이 보러 왔다"며 "예술의 상업화와 대중문화를 이끈 선구자적인 예술가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전시를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 시민들이 워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10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 시민들이 워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이번 전시는 워홀 연구자이자 큐레이터·컬렉터인 캐나다의 폴 마레샬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워홀의 작품 700여 점 가운데 30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초기 아티스트북과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을 비롯해 음반 커버, 광고, 패션, 영화, 초상화 등 워홀의 다양한 작업을 10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워홀 전시가 그를 '팝아트의 거장'으로 조명했다면, 이번 전시는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문화 전략가로 바라본다. 워홀이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익숙한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가 애초부터 두 영역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효린 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는 "워홀이 '좋은 비즈니스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말한 것도 돈을 많이 버는 일 자체를 예술로 찬양했다기보다, 예술과 비즈니스가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 시민들이 워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지난 10일 오후 4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 시민들이 워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전시장에서는 책과 잡지 삽화, 음반 커버, 포스터, 의상, 영상 등 워홀이 평생 이어간 상업 디자인 작업을 폭넓게 만날 수 있다. 미국 세제 브랜드의 포장 상자를 의상으로 옮긴 '브릴로 박스 드레스', 입장권을 대형 포스터로 확대한 '제5회 뉴욕 영화제-링컨센터' 등을 볼 수 있다.


박미주씨(47·대구 남구)는 "파격적인 앤디 워홀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달러 지폐에 사인한 작품이 인상 깊었고, 유명한 사람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면서도 "작품 수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1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 적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앞서 올해 3월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구르는 광대와 말' '마이클 잭슨 특집 홍보 포스터' '마릴린' '그레이스 켈리' 등 이전 전시에서 볼 수 있던 작품들이 대다수여서 대구 전시만의 뚜렷한 특색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는 책과 잡지 삽화, 음반 커버, 포스터, 의상, 영상 등 워홀이 평생 이어간 상업 디자인 작업을 폭넓게 만날 수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전에서는 책과 잡지 삽화, 음반 커버, 포스터, 의상, 영상 등 워홀이 평생 이어간 상업 디자인 작업을 폭넓게 만날 수 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다만, 대구 전시에서만 볼 수 있도록 대구미술관이 소장한 희귀 아티스트북 'A Gold Book'을 추가했다. 이 작품은 워홀이 자신의 그림과 디자인 능력을 알리기 위해 아트디렉터 등에게 보낸 초기 홍보용 아티스트북 3종 중 하나다.


박 학예연구사는 "워홀은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을 구분하지 않은 채 생산과 유통, 홍보와 소비를 하나의 문화적 체계로 이해했다"며 "이번 전시는 워홀이 오늘날의 예술과 광고,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를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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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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