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길을 걷다 보면 귀 한쪽 끝이 잘린 길고양이를 종종 만나게 된다. 다친 것은 아닐까, 누군가 일부러 귀를 자른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작은 흔적은 길고양이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표식이다.
TNR은 Trap(포획), Neuter(중성화), Return(방사)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한 뒤 회복을 거쳐 원래 생활하던 장소로 돌려보내는 사업이다. 수술과 함께 귀 끝을 일부 절제하는 이표(Ear tipping)를 시행하는데, 이는 이미 중성화가 완료된 개체임을 한눈에 확인하기 위한 표시 방법이다. 물론 TNR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같은 개체가 반복해서 번식하고, 다시 포획되어 같은 수술을 받는 일을 막는 현실적인 관리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길고양이의 야생조류 포식 문제가 알려지면서 길고양이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조류 생태계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TNR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보다 강경한 개체수 관리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보다 인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로의 주장에는 차이가 있지만,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외과 수의사로서 정책의 방향을 논하기보다는 눈앞의 고양이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우리 병원을 찾는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교통사고나 심한 외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골절된 다리와 찢어진 피부, 부러진 턱을 치료하다 보면 길 위의 삶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외과 수의사의 역할은 논쟁의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친 동물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나 스스로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국 한 생명을 회복시키는 기쁨이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의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가장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길고양이들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논쟁이 결국 더 나은 공존을 위한 고민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귀끝의 작은 표식 하나를 볼 때마다, 그 안에는 한 번의 수술과 누군가의 노력,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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