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형 유통업체 5년새 13곳 폐점
대구백화점 본점. 지난 16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로 경영권이 역외 자본에 넘어갈 전망이다. 영남일보 DB
'소비도시' 대구의 유통산업이 쪼그라들고 있다. 대형 유통 대기업이 앞다퉈 출점하며 출혈 경쟁을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잇따른 폐점으로 대규모 공실만 늘어나고 있다. 한강 이남 유일의 '향토 백화점' 명맥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까지 '대형' 중심이던 유통산업은 이제 생활밀착형 중소형 유통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2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구지역 내 영업이 지속되는 대형 유통업체는 총 27곳이다. 2020년(40개)과 비교하면 5년여 만에 13개나 줄었다. 특히 향토기업인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이 경영 악화로 동성로 본점을 폐점한 데 이어 최근에는 경영권을 역외자본에 넘기면서 '향토백화점'의 명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탓에 프라자점의 운영조차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대구종합유통단지 내 NC아울렛 엑스코점은 내달 31일 영업 종료한다. 홈플러스 지역 점포 역시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그나마 회생 절차를 9월4일까지 연장키로 해 대구에서는 5개 매장이 다음달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대응에 따라 영업 종료 가능성도 여전히 남았다. 최악의 경우 홈플러스를 포함해 프라자점과 엑스코점이 올해 안에 모두 문 닫을 가능성도 나온다.
대형 유통업체의 잇따른 폐점은 인구감소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 온라인 유통산업 확산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특히 대구는 제조·산업 인프라에 비해 소비 의존도가 높은 도시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오프라인 대형 매장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여기에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넓은 면적과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대형 매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49억원 적자다. 매출은 530억원으로 10년 전(2016년)과 비교해 61% 급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 매출 감소폭은 더 크다.
대구 북구 NC아울렛 엑스코점.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대구종합유통단지 의류관에 자리한 NC아울렛 엑스코점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오는 8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대형 유통매장이 사라진 자리는 중소형 유통업체가 채우고 있다. 체험형과 동네 밀착형, 초저가 등의 콘셉트로 소비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4년 대구지역 올리브영 매장 수는 65개로, 전년(61개)보다 4개 늘었다. 편의점 CU 역시 같은 기간 601개에서 641개로 늘었다. 단순 쇼핑을 넘어 뷰티·헬스 체험공간 역할을 겸하며 도심 곳곳의 필수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식자재마트나 초저가 생활용품점, 지역 기반 슈퍼마켓도 고물가 시대 '가성비'와 '접근성'을 앞세워 골목 상권에 안착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주춤한 틈을 타 거주지 근처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려는 '동네 밀착형 실속 소비' 트렌드가 유통 지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대구 유통지형이 '대형 랜드마크 중심의 대량 소비'에서 '생활 밀착형·체험형 소비'로 재편되고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이탈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오프라인만의 독창적 콘텐츠와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0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홈플러스 성서점 입점 점주 기자회견'에서 점주들이 대구시에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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