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제10회 어르신 주산 경기대회 현장
70대 이상 어르신 200명 참가 열기 후끈
日 주산협회 등 글로벌 벤치마킹 발길
주산대회에 참여한 어르신들. <전준혁기자>
"탁, 타닥, 탁탁."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라메르웨딩컨벤션. 평소 가득 찼던 결혼식 하객들의 박수와 함성은 온데간데없이 이날의 예식장은 조약돌이 부딪히는 듯 맑고 경쾌한 소리만 울려 퍼졌다. 소리의 진원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모자와 조끼 등을 맞춰 입은 어르신들의 테이블 앞에 놓인 주판이다. 섬세한 손가락을 따라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주판알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빛나고 있었다.
이곳은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포항시 어르신 주산 경기대회 현장이다.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포항시 찾아가는 동네경로당대학에 참여한 20개 경로당 70세 이상 어르신 200여 명과 평생교육지도자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단순한 대회를 넘어 배움의 성취감을 나누는 거대한 축제의 장답게 다채로운 볼거리도 이어졌다. 진도북춤·하모니카 연주·대금 독주 등 문화 한마당 공연이 어르신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특히 행사장 입구에는 1930년대에 실제 사용되던 고풍스러운 주판들이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전시되어 참가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진한 향수를 자극했다.
본격적인 주산 경기가 시작되자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심판과 선수가 일대일로 마주 앉아 치러진 이번 대회는 예선 10문제를 거쳐 본선 진출자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최종 라운드는 오답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우승을 차지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치러져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치열한 두뇌 싸움 끝에 영예의 개인 부문 대상은 용흥동 양학산 스위첸경로당 소속 문옥남 어르신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순간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최종 라운드 최후의 1인으로 남은 문 어르신은 우승이 확정되자 환한 미소로 기쁨을 만끽했다. 아울러 단체 대상 역시 용흥동 양학산 스위첸경로당이 차지하며 개인전과 단체전 대상을 모두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낯선 외국인 손님이 찾아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바로 일본 도쿄 오픈 소로반 콘테스트 2026년 대회장인 고바야시(小林一人) 회장이다. 일본 주산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어르신 주산대회의 롤모델로 굳건히 자리 잡은 포항의 성공적인 운영 노하우를 직접 살펴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여기에 김순집 사단법인 한국주산협회장·기네스북 등재자인 이춘덕 주산 공인 11단·채규왕 암산 공인 11단 등 국내 주산계 거장들이 특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종주국 격인 일본마저 한 수 배우러 찾아오는 포항 주산 교육의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행사장 외부에 1930년대에 실제 사용되던 고풍스러운 주판들이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 안에 전시돼 있다. <전준혁기자>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후를 위한 관리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튼튼한 신체를 1순위로 꼽지만, 전문가들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뇌 건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손끝의 미세한 감각과 두뇌 연산을 동시에 사용하는 주산은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건강한 노후생활을 돕는 최고의 도구로 꼽힌다.
이러한 주산의 효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10년간 어르신 평생학습으로 꾸준히 육성해 온 포항시는 명실상부한 어르신 주산의 본고장이다. 2022년 한국기록원에 전국 최초 70세 이상 어르신 대상 주산 경기대회로 공식 등재된 포항의 성공 사례는 이미 영천·구미·상주·영주·봉화·청도 등 도내 여러 지자체로 앞다퉈 확산되며 평생교육의 훌륭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김용재 포항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회장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주산 경기대회가 한국기록원에 공식 등재되고 10회까지 이어져 무척 뜻깊다"며 "어르신들의 뇌 건강 증진과 행복한 노후를 위해 주산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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