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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시대공감] 월드컵이 보여준 K 전성시대

2026-07-24 06:0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류가 지구촌 트렌드의 중심이라는 것을 온 세계에 확인시켜준 무대가 됐다. 대회의 시작과 끝을 케이팝이 장식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멕시코, 미국, 캐나다 공동 주최여서 개막식도 세 번 열렸는데 그 중에서 멕시코 개막식이 가장 먼저였다. 그래서 멕시코 개막식이 이번 대회의 공식 개막식 같은 느낌으로 진행됐는데, 이 개막식의 축하공연에서 클라이맥스를 차지한 것이 이재와 안드레아 보첼리가 함께 부른 'DNA'였다.


라틴팝 스타인 샤키라의 '다이 다이'가 이번 대회의 대표 주제가이지만, 'DNA'가 대미를 장식하면서 이 노래와 함께 참가국 국기 입장도 이뤄졌기 때문에 'DNA' 무대가 개막식의 절정으로 여겨졌다. 바로 그 무대를 케이팝 가수가 한 것이다.


이게 놀라운 것은 이번 대회가 북중미 월드컵이기 때문이다. 한국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서양권의 행사다. 이런 대회에선 보통 주최국의 대표 가수를 내세우는 법인데 서양도 아닌 동양의 케이팝 가수가 개막식의 절정에 섰다. 심지어 한국어 가사까지 나왔다. "또 넘어져도 난, 또 다시 일어나"라는 한국어가 들어간 것이다. 사전정보 없이 개막식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서양권 월드컵 대회의 주제가에 한국어가 들어가고 또 그걸 개막식 무대 절정의 순간에 한국계 가수가 부르는 모습은 가히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재 캐스팅, 한국어 가사의 등장, 이런 일들은 우연히 벌어질 수 없다. 이번 대회 조직위와 피파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피파는 주제가와 공연을 통해 세계인의 관심을 고조시키려 했고 특히 축구 열기가 약한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어올리려 했다. 또 자라나는 젊은 세대도 축구팬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케이팝 스타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니까 이들을 내세웠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피파는 미국의 축구 열기를 키우기 위해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를 진행했다. 여기서도 주인공은 케이팝 스타였다. 마돈나, 방탄소년단, 저스틴 비버, 샤키라 등이 출연했는데 마돈나는 미국, 저스틴 비버는 캐나다, 샤키라는 라틴팝 가수로 북중미의 세 주최국과 연관이 있다. 샤키라는 대표 주제가를 불렀기 때문에 당연히 출연한 부분도 있다. 유일하게 아무런 연고가 없는 가수가 방탄소년단이었는데, 그럼에도 이 팀을 내세운 건 세계에 월드컵을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스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승전 하프타임쇼 이후 가장 화제가 된 것이 방탄소년단 출연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열린 개막식에선 블랙핑크의 리사가 등장했고, 결승전 트로피 공개 순간엔 배우 정호연이 함께했다. 머나먼 남의 나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특히 주최국 중에 대중문화 초강국인 미국이 있는데도 동양의 케이 스타들이 개막행사와 결승행사를 장식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국제 대회에서 케이 스타를 내세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슈퍼주니어가 등장해 우리 국민들이 깜짝 놀랐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시아권 행사였는데 2022년엔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아랍권 스타와 함께 주제가 '드리머스'를 공연했다. 그리고 이번엔 아메리카 대륙의 행사까지 케이 스타를 내세운 것이다. 케이팝의 세계적 위상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그런 케이팝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풍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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