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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애국론 vs 세대론

2026-07-24 06:00
이재윤 논설위원.

이재윤 논설위원.

대구시장 선거 후 쏟아진 평론 중 두 편이 눈에 꽂혔다. 저명한 대학교수 출신의 시민운동가, 언론인 출신으로 김부겸 후보 홍보특보를 지낸 이가 각각 썼다. 두 글 다 분석력, 정치적 구상력이 출중해 있는 그대로 읽고 받아들일 만했다. 그러나 어떤 글도 독자의 비판적 시선에 의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새로운 맥락의 재해석을 위해서다.


#K 전 교수의 애국론= TK 정체성 담론이 유달랐다. TK 위상을 이념적 산물인 '보수의 심장'에 머물지 않고 대체 불가한 '애국의 성지'란 숭고한 자리까지 드높였다. 호칭의 격상은 단순한 존중의 뜻만을 의도하지 않는다. 프레임 전환이다. 추경호의 당선도 그렇게 해석했다. 지역실리론에 흔들리지 않은 자유대한민국 수호 의지의 표출. 우리 지역이 잘 사는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가, 지역이익보다 국익, 지역걱정보다 나라걱정을 먼저 선택한 결과였다는 주장이다. 애국주의의 승리. TK 보수에 대한 절정의 찬사다. 애국 성지 TK가 갈 길도 제시됐다. 의존 실리를 뿌리치고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自强) 발전의 길. 애국 에너지를 바탕으로 30년 장기침체를 'TK 중흥 30년'으로 대전환할 역사적 과제가 있다며 TK를 독려했다. 한편의 격문(檄文)이었다.


#L 특보의 세대론 ="대구는 역시 안돼." 김부겸 낙선에 한때 비웃음이 넘쳤다. L 특보가 세간의 조롱에 '숫자'로 반박했다. 출구조사와 사후 보정값, 실제 개표결과, 성별·연령대별 인구구조를 결합해 추정득표수를 산정했다. 분석결과는 의외였다. 30대부터 50대까지 청장년층 구간에서 김부겸은 추경호를 크게 앞섰다. 14만표 이상 격차였다. 20대는 엇갈렸다. 20대 남성은 추경호, 여성에서는 김부겸 지지가 더 많았다. 승부처는 60대 이상. 특히 70세 이상 단일 연령대에서 추경호가 만들어 낸 격차만으로도 30~50대에서 김부겸이 쌓은 우세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통계가 던진 메시지는 이렇다. 첫째, 세대 간 벽이 선명했다. 김부겸 입장에선 20대 무승부, 30~50대 승, 60대 이상 대패였다. 둘째, 대구시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시각의 오류다. 시민 전체가 변화를 거부했다는 저간의 평가는 틀렸다. 셋째, 자칫 노년층에 대한 또 다른 분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 글은 조롱에 대한 반박인 동시에, 패배 이후 남은 이들에게 건네는 말"이라 한 L 특보의 의중도 그러하다.


#비판적 재구성='애국의 성지'란 칭송 역시 또 다른 프레임이다. 회칠한 무덤을 무덤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대구의 선택을 '나라걱정'으로만 해석한 것도 과도한 일반화다. '자강'의 강(江)은 또 무엇으로 건널 텐가? '30년 GRDP 꼴찌'의 교훈은 명징하다. 지나온 30년을 그대로 따라가면, 미래 30년도 그대로이다. '조롱 금지' 담론 역시 지역적 선택을 절대화하거나 방어적으로 대하는 우를 범한다. 정치적 책임을 간과하고 성찰을 회피한다. '세대' 문제의 무비판적 단순화도 경계할 대목이다. 조롱을 거부하되 선택에 대한 성찰과 토론을 촉진하는 게 더 균형 잡힌 접근이다.


애국론, 세대론 둘 다 대구를 두둔하고 변호한다. 그러나 선거가 50여일 지난 지금도 대구의 딜레마는 그대로다. 여전히 보수는 대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진보는 해결할 '힘'이 없다. 이 둘이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대구의 위기는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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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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