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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의 변신…책 읽는 곳에서 ‘동네 사랑방’으로 진화

2026-07-23 21:19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지난 11일 오전 10시 유아 대상 동화책 읽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지난 11일 오전 10시 유아 대상 동화책 읽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지난 11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 2층. 5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강사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PPT에 동화책을 띄워 낭독했고 아이들은 까르륵 웃었다. 읽기 시간이 끝나자 동화책 액자 만들기 시간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물고기를 접고, 바다 배경을 색칠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이날 동화책 프로그램에 손녀와 참가한 우미령(58·여)씨는 "손녀가 이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 엄마랑 할머니한테 책 보러 도서관 가자 소리를 많이 한다"면서 "프로그램을 마치고는 어린이자료실에 가서 여러 책들을 직접 골라서 본다"고 했다. 또 "도서관에서 영화도 상영해 가끔 영화도 함께 감상한다"고 덧붙였다.


책 빌리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공공도서관이 '동네 사랑방'으로 변신하고 있다. 휴식과 체험이 어우러진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이용 문턱을 낮추고 있다. 동네마다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일상 속 가장 가까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의 1인 방송 스튜디오. 2022년 도서관 리모델링과 함께 조성됐다. 동경민 수습기자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의 1인 방송 스튜디오. 2022년 도서관 리모델링과 함께 조성됐다. 동경민 수습기자

◆미디어창작실·숲 체험…일상 속 생활문화 플랫폼


최근 몇 년 새 공공도서관이 생활문화공간으로 거듭나며 호응을 얻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수산도서관은 2022년 도서관 리모델링과 함께 미디어창작실을 새로 조성했다. 방송 진행을 위한 컴퓨터와 함께 카메라, 조명, 마이크 등을 비치했다.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가 증가하는 시대에 콘텐츠 창작 공간의 역할도 수행하려 했다는 것이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김현지 구수산도서관 팀장은 "책만 빌리는 도서관이 아니라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평소 해보지 못한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고 전했다.


올 초 리모델링을 진행한 수성구 용학도서관 역시 기존 대여실과 열람실 중심이던 공간을 북카페·어린이자료실·통합자료실·문화강좌실·영상제작실 등으로 재구성해 휴식과 체험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대구 수성구 용학도서관 내 북카페에서 이용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대구 수성구 용학도서관 내 북카페에서 이용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안성태 수습기자

공간의 변신뿐 아니라 주민과 만나는 방식도 변화를 꾀했다. 명사 특강, 유명 작가와의 만남, 독서토론 등 책을 매개로 한 행사는 물론 지역 특성을 반영한 특화 콘텐츠까지 선보인다. 용학도서관은 대구의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학 프로그램과 텃밭·모내기·숲 체험 등 가족 단위 생태환경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북구 서변숲도서관은 인문학·예술 등을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용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눈을 감고 듣는 밤' 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계단서가에 앉아 영화음악을 감상하며 이에 얽힌 인문학 강의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구중구영어도서관. 장서 구성의 차별화로 외국인 이용객도 찾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구중구영어도서관. 장서 구성의 차별화로 외국인 이용객도 찾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주민들의 평생교육을 돕기도 한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구중구영어도서관은 영어 독서 및 학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첫 영어도서관인 이곳은 2만권이 넘는 장서를 소장하고 있는데, 99%가 외국어 도서다.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책뿐만 아니라 유럽권에서 영어로 번역된 도서도 소장 중이다. 장서 구성의 차별성으로 외국인 이용객이 찾을 때도 있다.


대구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대구사랑서재를 이용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대구사랑서재를 이용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5년간 이용객 38% 증가…문턱 낮아진 도서관


이들 도서관의 목표는 뚜렷하다. '문턱이 없는 도서관'.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을 지향한다. 장기섭 용학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은 집 다음으로 편안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통창구를 항시 개방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대한 수용하려 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실제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12년째 용학도서관을 이용 중이라는 김모(73)씨는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에 방문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80)씨도 "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프로그램의 참가 시간대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서변숲도서관에서 눈을 감고 듣는 밤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변숲도서관 제공>

지난달 19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서변숲도서관에서 '눈을 감고 듣는 밤'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변숲도서관 제공>

지난 21일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의 공공도서관은 2021년 44개관에서 지난달 55개관(작은도서관 제외)으로 꾸준히 늘었다. 1관당 방문자 수도 2021년 13만5천297명에서 지난해 18만7천389명으로 38.5% 증가했다. 이용객의 성별과 연령도 다양하다. 영유아, 청소년부터 청년, 중장년,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전 세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동네 곳곳에 도서관이 늘어나는 건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 "특히 이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교육을 사교육 기관에만 의존했지만 이제는 도서관에 같이 가 함께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예술코너에서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예술코너에서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영남일보 DB>

◆책 관련 없는 프로그램 아쉬움…지역별 인프라 편차도 과제


다만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문화 프로그램의 확대로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 수는 증가했지만, 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도 늘어 '독서'라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중구에 거주 중인 장예진(28·여)씨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진 것은 좋지만 도서관인 만큼 독서와 연계된 프로그램에 조금 더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과 독서문화 확대의 기능이 균형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별 인프라 편차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 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구·군별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제외)은 △수성구 10개관 △달서구 9개관 △서구 9개관 △북구 8개관 △동구 7개관 △달성군 5개관 △남구 4개관 △중구 2개관 △군위군 1개관이다. 생활문화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지역 간 문화 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균형 있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대구의 도서관장 A씨는 "도서관은 단순히 건물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여건에 맞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함께 갖춰야 한다"며 "생활권마다 균형 있게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현희기자 / 동경민·안성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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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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