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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명맥 대구 악기거리…손님 발길 끊기며 매장 반토막

2026-07-25 09:43

남구 명덕네거리~중구 남산동 구간
1980년대 형성된 악기·음향 전문점 거리
경기 침체·온라인 거래 확산에 상권 위축

대구 중앙대로 일원에 조성된 지역의 유일한 악기거리는 4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그 악기거리 일부에 조성된 명덕악기장인거리의 조형물.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대구 중앙대로 일원에 조성된 지역의 유일한 악기거리는 4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그 악기거리 일부에 조성된 명덕악기장인거리의 조형물.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4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온 대구 유일의 악기거리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대구에서 악기 및 음향장비 전문점이 밀집한 상권은 중앙대로 일원(남구 명덕네거리~중구 남산동 구간)이 유일하다. 이곳은 음향기기와 다양한 악기를 취급하는 매장은 물론, 조율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악기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 크게 번성했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 침체와 악기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상권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40년 새 상가 수·방문객 모두 줄어


대구 중구 남산동 악기거리 모습. 거리 곳곳에 공실로 남겨진 악기 매장들이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대구 중구 남산동 악기거리 모습. 거리 곳곳에 공실로 남겨진 악기 매장들이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지난 9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시 중구 남산동 악기거리는 한산했다. 명덕네거리를 기준으로 큰길과 골목 사이 곳곳에 악기사와 음향사가 흩어져 있었지만, 악기를 사러 나온 손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대신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리거나 공실로 남겨진 점포들이 꽤나 있었다.


대구에 악기거리가 형성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경북예고와 계명대 대명캠퍼스가 자리한 남구 명덕네거리를 중심으로 악기·음향기기 전문점, 음악학원이 하나둘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상권이 만들어졌다. 지역 음악인은 물론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도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한때 100여 개에 달했던 상가 수는 현재 50여 개로 줄었다. 그중에서도 중구 남산동에 한정된 '명덕악기장인거리' 소속 악기 관련 매장은 28곳에 불과하다.


악기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운영 중인 낙원악기사 내부.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악기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운영 중인 낙원악기사 내부.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상인들은 매출 급감의 주된 원인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중고 거래의 활성화,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를 꼽았다.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병준 낙원악기사 대표는 "코로나 때인 5~6년 전부터 손님이 많이 줄었다. 이전보다 30%까지 감소한 것 같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음악을 취미나 생업으로 삼는 경우가 줄어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43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진기원 진드림 대표도 "최근 2~3년 사이 매출이 급감했다"며 "과거에는 기타와 건반도 판매했지만, 지금은 다른 판매업체에 취급을 넘기고 손을 뗀 상태"라고 했다.


◆위기 속 상인회 조직…거리 활성화 움직임


대구 중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뮤직악기랜드에서 남명호 대표가 플루트를 수리하고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대구 중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뮤직악기랜드에서 남명호 대표가 플루트를 수리하고 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중구 상인들 '남산동악기점골목' 상인회 결성

'골목경제권 조성사업' 3년 연속 선정

'명덕악기장인거리' 브랜딩으로 기회 모색

"남구까지 상인회 확대해 상권 활성화할 것"

위기 속에서도 상인들이 붙잡는 마지막 보루는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장인의 손길'이다. 온라인에서는 악기를 직접 연주해볼 수 없고, 섬세한 조율과 줄 교체도 불가능하다. 특히 건조해지는 겨울철, 악기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내도록 세팅하는 일 역시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날 매장을 찾은 60대 고객 A씨는 "취미로 2년째 기타를 치고 있는데, 예전에 온라인으로 저렴한 기타를 샀다가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적이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니 기타를 고를 때도 큰 도움이 됐고, 구매 후 조율이나 줄 교체 같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이러한 오프라인의 장점을 앞세워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22년 남명호 뮤직악기랜드 대표를 중심으로 '남산동악기점골목 상인회'가 결성됐다. 이후 2024년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주관하는 '골목경제권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명덕악기장인거리'라는 이름의 골목 브랜딩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남산동악기점골목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이 사업에 선정되며 상징 조형물 설치, 벽화 및 보행로 공공디자인 조성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골목경제권 조성사업 우수 골목상권 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5천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방문객 2천700여 명이 몰리며 화제를 모았던 인디 축제 '남산썸머사운드'를 오는 8월29일부터 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선보인다.


인근 상인들은 "2024년부터 시행한 사업이라 아직 상권에 나타난 효과는 크지 않지만, 시 차원에서 악기거리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서울의 낙원상가나 부산의 부전동악기상가처럼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구 한정된 상인회…남구까지 확대 목표


명덕악기장인거리에는 중구 남산동 인근 악기 관련 매장 28곳이 소속돼 있다. 명덕악기장인거리 입구에 있는 안내 벽화 모습.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명덕악기장인거리에는 중구 남산동 인근 악기 관련 매장 28곳이 소속돼 있다. 명덕악기장인거리 입구에 있는 안내 벽화 모습. 홍예원 수습기자 llo1o@yeongnam.com

하지만 거리 활성화를 위해선 행정구역 단절이라는 걸림돌 해결이 시급하다. 현재 '명덕악기장인거리'는 중구 남산동 일대에 한정돼 있다. 골목상권 지원사업 특성상 소재지에 따라 행정구역(구) 단위로 나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남구 명덕네거리 일대 매장들은 '명덕악기장인거리'가 아닌, 인근 식당들과 함께 '명덕역 물베기거리'에 속해 있는 상황이다.


이곳에서 오랜 기간 악기사를 운영해 온 한 상인은 "물베기상인회에 소속된 매장들과는 업종이 달라 협업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남구에 위치한 악기점끼리도 경기 침체로 취급 품목이 비슷해지면서 경쟁이 심화돼 단합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명호(62) 남산동악기점골목 상인회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악기거리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남구까지 상인회 구성을 확대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다른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방향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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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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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안녕하세요. 영남일보 김민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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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원

영남일보 홍예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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