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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정 울릉이라 그런지 잡초만 무성”...울릉군 현장행정 실종

2026-07-25 12:06

올해 예초작업 한 차례도 못 한 채 관광객 맞아…일주도로·공원·벽화거리까지 관리 사각
울릉읍 “예산 범위 안에서 시기 조정”…주민 “기본 관리도 못 하는 행정”

울릉도 주요 관광지 곳곳이 잡초에 뒤덮인 가운데 올해 예초작업은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주요 관광지 곳곳이 잡초에 뒤덮인 가운데 올해 예초작업은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에 왔는데 바다보다 잡초가 더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은 울릉도가 '청정 관광섬'이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일주도로와 공원, 벽화거리, 도로변 화단 등이 잡초와 덩굴식물에 뒤덮인 채 방치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환경관리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영남일보가 울릉읍 도동과 저동, 사동 등 주요 관광 동선을 현장 점검한 결과, 주요 관광지 곳곳이 잡초에 뒤덮인 가운데 올해 예초작업은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됐지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주요 동선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셈이다.


울릉도 주요 관광지 곳곳이 잡초에 뒤덮인 가운데 올해 예초작업은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주요 관광지 곳곳이 잡초에 뒤덮인 가운데 올해 예초작업은 아직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홍준기 기자>

현장에서는 관리 부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일주도로 옹벽은 덩굴식물이 조경시설을 뒤덮어 시설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수천만원을 들여 조성한 벽화는 잡초와 넝쿨에 가려 제 모습을 잃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진입 계단은 웃자란 풀과 잡목이 보행 공간을 침범했고, 도로변 화단과 교통시설 주변도 예초가 이뤄지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도동의 한 공원은 관리 부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곳에는 지난 2004년 한 개인이 울릉도를 아름답게 가꿔 달라며 철쭉 1만3천여 그루를 기증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현재는 안내판조차 잡초에 파묻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주민의 기부 정신을 기리는 공간은 방치된 공원처럼 변했고, 안내판에 적힌 '아름답게 유지해 달라'는 당부도 무색해졌다.


지난 2004년 한 개인이 울릉도를 아름답게 가꿔 달라며 철쭉 1만3천여 그루를 기증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현재는 안내판조차 잡초에 파묻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있다. <홍준기 기자>

지난 2004년 한 개인이 울릉도를 아름답게 가꿔 달라며 철쭉 1만3천여 그루를 기증했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지만, 현재는 안내판조차 잡초에 파묻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있다. <홍준기 기자>

주민들은 "시설을 새로 만드는 데는 많은 예산을 쓰면서 정작 유지관리는 늘 뒤로 밀린다"며 "관광객이 가장 먼저 보는 도로와 공원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청정 울릉'이라는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고 비판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관광객 권선진(53)씨는 "울릉도의 자연은 아름다웠지만 도로와 공원은 잡초가 너무 많아 관리가 안 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관광지의 첫인상은 거창한 시설보다 이런 기본적인 환경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특정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주도로와 공원, 산책로, 마을 진입로 등 관리 대상 곳곳에서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 성수기에도 기본적인 예초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울릉읍 도동 삼거리에 조성된 화단이 풀밭으로 변해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읍 도동 삼거리에 조성된 화단이 풀밭으로 변해 있다. <홍준기 기자>

이에 대해 최종술 울릉읍장은 "예초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보된 예산 범위 안에서 연간 작업 횟수와 시기를 조정하다 보니 올해는 작업이 다소 늦어졌다"며 "주민 요구까지 모두 반영하려면 연 3회 정도 예초가 필요하지만 현재 확보된 예산으로는 연 2회 정도 수준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객이 집중되는 주요 구간은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예초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일주도로는 안전건설단이 관리하는 구간도 있고 읍에서 맡는 구간도 있는 만큼 관련 부서와 협조해 정비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예산보다 행정의 우선순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도 주요 관광 동선의 예초 시기를 뒤로 미룬 것은 결과적으로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스스로 훼손한 셈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진입 계단에 웃자란 풀과 잡목이 보행 공간을 침범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진입 계단에 웃자란 풀과 잡목이 보행 공간을 침범 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관광객에게 울릉도의 첫인상은 대형 개발사업이 아니라 도로와 공원, 산책로 같은 가장 기본적인 환경에서 결정된다. 주민들은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제때 관리하는 것이 관광행정의 출발점"이라며 "성수기에도 기본적인 예초조차 하지 못한 현실은 현장행정이 얼마나 느슨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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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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