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재기자〈경북부〉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낡고 멈춰 선 시설을 호텔과 상가, 문화공간 등으로 되살리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용도로는 짓기 어려운 숙박·상업시설을 허용하는 '복합시설지구'를 도입해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논란은 개발 자체보다 '공공기여'에서 불거졌다. 공공기여는 용도 변경으로 토지 활용도와 가치가 높아질 때 그 이익 일부를 현금이나 토지, 시설 등으로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표 사업지인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시설지구가 변경될 경우 토지가치가 종전 320억원에서 732억원으로 오를 것으로 경주시 용역에서 추산됐다. 용도 변경만으로 약 412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사업자인 우양산업개발은 현금 10억원을 공공기여로 제시했다. 경주시는 지가 상승분의 15~20% 수준으로 공공기여 규모를 100억원 안팎까지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토지가치 상승분 전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격이 너무 크다.
각자의 숫자만 고집하다가는 사업도 늦어지고 시민의 몫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와 공공성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낼 협상가다.
그 역할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맡아야 한다.
공사는 보문관광단지 조성사업 시행자로 복합시설지구 도입을 기획하고 사업자를 모집했다. 조성계획 변경 신청도 공사가 접수했다. 우양산업개발의 10억원안 역시 공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사업계획과 투자자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관이 공사인 셈이다.
이번 사업은 개별 사업자의 땅값만 올려주는 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사는 'POST-APEC 보문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5천억원 규모의 투자와 600여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시설지구 변경은 보문관광단지 안 10개 사업지가 함께 대상에 올라 있다. 첫 협상에서 어떤 원칙을 세우느냐에 따라 다른 사업장의 공공기여와 앞으로 이어질 보문단지 개발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공공기여 협상 역시 10억원이냐, 100억원이냐를 놓고 벌이는 숫자 싸움에 머물 필요가 없다. 일부는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토지나 공공시설, 관광 인프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사업자의 초기 부담을 덜기 위해 장기 분납을 허용하되, 일정 기간 안에 착공하지 않거나 개발권을 얻은 뒤 토지를 되팔 경우 경감했던 부담을 다시 적용하는 조건도 마련할 수 있다.
경주시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고 최종 승인권을 가진 경북도는 특혜 가능성을 걸러야 한다. 그 사이에서 사업성과 공공성을 조율하고 현실적인 선택지를 내놓을 기관은 경북문화관광공사다. 공사가 제대로 된 네고시에이터로 나선다면 민간투자와 시민의 몫을 함께 살리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장성재
동부지역본부 소속입니다. 경주의 현장을 기록하고 지역의 변화를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