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은 단순한 복지가 아닌 사람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입니다.”
정우철 울진지역자활센터장 인터뷰 모습.<원형래기자>
정우철 센터장은 지난해 7월 울진지역자활센터장으로 취임한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을 강조했다. 자활사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복지사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지역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안전망이라는 것이다.
울진지역자활센터는 지난 2004년 '울진지역자활후견기관'으로 문을 연 뒤 2006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자립까지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지역자활센터가 처음 시작된 배경에는 IMF 외환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가 있었다"며 "지금도 그 정신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을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배제와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지역자활센터는 주민들이 노동을 통해 다시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보다 호혜와 상생, 그리고 사람의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성과를 숫자로만 평가하기보다 한 사람이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패배자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자활사업은 서로 협동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참여자들이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울진지역자활센터는 급식사업단을 비롯해 그물당기는소리사업단, 커피사업단, 영농사업단, 온새미로사업단, 금실은실사업단, 세차사업단, 세탁사업단,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울진만의 특색을 살린 '그물당기는소리사업단'과 '온새미로사업단', '커피사업단'은 경상북도 특성화 자활사업으로 선정되며 지역의 대표 자활모델로 성장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자활사업 성공률(탈수급률)은 24%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울진지역자활센터가 수차례 전국 최우수·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지역 밀착형 특화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어촌 지역의 특성을 살린 '그물당기는소리'나 공익형 일자리인 '온새미로' 사업단은 획일화된 자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의 실제 수요와 취약계층의 노동 능력을 정교하게 매칭한 우수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온새미로사업단'의 행보는 지자체와 자활센터 간 협력의 표준 모델을 제시한다. 버스 승강장과 음식물 종량기 청소 등 공공시설물 관리를 자활 근로자에게 맡김으로써, 지자체는 행정 공백을 메우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혜성 복지를 넘어 취약계층이 지역 사회 안전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울진지역자활센터 임직원이 워크솝하고 기념촬영 모습.<원형래기자>
울진지역자활센터는 보건복지부 지역자활센터 평가에서 2017년과 2019년 전국 최우수기관에 선정됐고, 2021년에는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경상북도 신규 아이디어사업 대상과 전국 특성화 자활사업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적으로 우수한 운영성과를 인정받았다.
정 센터장은 "이 같은 성과는 직원들과 참여자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현장 중심으로 운영해 온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뜻밖의 답을 내놓았다.
"창업이나 취업도 물론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범하게 자활센터에서 일하시다가 건강하게 지역사회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센터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된다"며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자립까지 이루는 것이 자활사업의 진정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자활센터가 없었다면 이분들은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지 늘 고민한다"며 "지역의 가장 어려운 주민들을 품어주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자활센터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활사업 참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 지지와 근로 만족도가 참여자의 정서적 자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우철 센터장이 '평범하게 일하다 건강하게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가장 큰 성공으로 꼽은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현재 울진지역자활센터는 한울원자력본부, 교육지원청 등 공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블라인드·커튼 제작, 특수세탁 등 공공구매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자활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다.
센터는 근로능력이 다소 부족한 취약계층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연계한 자활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 중인 온새미로사업단과 급식사업단, 세탁사업단 외에도 블라인드·커튼 제작사업과 특수세탁사업 등 공공구매와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울진군과 한울원자력본부, 교육지원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점 과제다.
정 센터장은 "사업 하나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앞으로 20~30년 동안 지역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책임질 수 있다"며 "사업 수익은 참여자들의 일자리와 자산 형성으로 다시 환원되는 만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사업장과 부지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공간이 마련되면 더욱 다양한 자활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우철 센터장은 인터뷰 말미 그는 군민들의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자활사업 참여자도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울진군민입니다. 자활은 누군가를 돕는 복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어 "군민들께서도 자활사업을 단순한 지원사업으로 보지 말고 지역경제를 살리고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치 있는 사업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며 "울진지역자활센터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자립환경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원형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지역의 미래를 기록하는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