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안동, 빗나간 수요예측에 고정비 부담
경주·구미는 교육·휴양 등 공공기능도 고려
단기 행사보다 비용·운영구조 재설계 필요
경북 안동시 도산면에 위치한 안동국제컨벤션센터. 세계유교문화박물관과 함께 1843억7200만원이 투입됐지만 도심과 떨어진 입지로 행사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동시는 시설 가동률을 높이고 운영손실을 줄이기 위해 각종 행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정운홍 기자>
경북 3대문화권 사업장이 2025년 기록한 266억300만원의 손실을 살펴보면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일부 특정 사업장들이 전체 손실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3대문화권 사업장 중 10억원 이상 손실(잠정 집계)을 낸 사업장은 6곳이다. 영주 선비세상, 안동국제컨벤션센터·한국문화테마파크, 경주 화랑마을, 구미 에코랜드, 영천 화랑설화마을, 구미 성리학역사관이 포함됐다.
이들 시설의 합계 순손실은 169억4천900만원이다. 도내 46개 사업장의 전체 손실(266억300만원)의 63.7%를 차지한다. 손실이 큰 몇몇 시설의 운영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전체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 빗나간 수요 예측에 유지비만 '눈덩이'
적자 폭이 가장 큰 영주 선비세상은 예상 수요와 실제 이용실적 사이의 격차가 컸다. 1천875억원을 들여 2022년 9월 개장 이후 매년 6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약 96만㎡ 부지에는 전통가옥 20여 채와 전시·체험시설이 흩어져 있다. 관람객이 적어도 경비와 청소, 조경 관리, 냉난방 비용은 줄이기 어렵다. 넓은 부지와 많은 건물이 상당한 유지비를 발생시키는 구조다.
민간위탁 협약은 연간 관람객 45만명을 기준으로 마련됐다. 반면 개장 초기 9개월간 유료 입장객은 2만2천459명, 입장료 수입은 2억4천만원에 그쳤다.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입장료를 낮추면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한계도 드러났다.
더욱이 인근에는 선비촌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등 성격이 비슷한 시설이 있다. 시설 간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고 가족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콘텐츠도 부족한 상태다. 관람료 조정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운영 범위와 관리비, 인력 배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동 도산권역 사업은 불리한 입지가 적자를 키웠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세계유교문화박물관과 한국문화테마파크에 투입된 사업비는 3천430억9천900만원이다. 두 시설의 합산 손실은 2023년 49억5천100만원, 2024년 49억1천800만원에 이어 지난해 50억6천600만원으로 늘었다.
컨벤션센터는 회의와 전시, 국제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야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설이 위치한 도산면은 안동 도심·철도역에서 멀고 대중교통도 충분하지 않다. 행사 참가자를 수용할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 주변 기반도 약하다. 다른 컨벤션센터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셈이다. 세계유교문화박물관과 한국문화테마파크는 유교문화를 대중적인 체험으로 풀어내지 못했고, 시설 사이 동선과 콘텐츠 연계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안동시는 선성현문화단지와 예끼마을, 한옥체험관을 연결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선성현문화단지도 지난해 1억2천5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광 연계만으로 도산권역 사업의 연간 50억원대 손실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이용객 많아도 적자…공공기능 따져야
경주 화랑마을은 관광객 수 부족만으로 손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3년 24억3천만원, 2024년 29억5천100만원, 지난해 22억6천900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이용객은 꾸준하다. 2024년 7월 한 달 동안 시설대관에 4천161명, 육부촌에 2천716명, 호국야영장에 5천256명이 다녀갔다.
28만2462㎡ 부지에 수련시설과 한옥 숙박시설인 육부촌, 호국야영장, 야외수영장 등을 갖춘 화랑마을은 청소년수련활동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교육시설로서 성과도 거두고 있다. 운영손실은 시설 유지비에 비해 이용료 수입이 적은 데서 발생한다. 청소년 교육과 수련이 주요 기능이어서 수익성을 이유로 요금을 크게 올리기도 어렵다.
경북 구미 에코랜드에서 시민들이 경비행기 체험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구미 에코랜드도 방문객이 없어 적자가 난 곳은 아니다. 2017년 개장 이후 2023년까지 누적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생태탐방 모노레일은 주말과 공휴일이면 매진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그런데도 지난해 13억4300만원의 손실을 냈다.
에코랜드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산림문화관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 상당 부분을 무료로 개방한다. 수입은 모노레일 등에 한정되지만 생태숲과 산책로, 놀이시설을 관리하는 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이곳의 적자는 관광객 유치 실패보다 무료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비용에 가깝다.
구미 성리학역사관도 관람료와 주차료가 없는 공립박물관이다. 대관과 일부 체험 외에는 수입원이 많지 않지만 학예인력과 유물관리, 전시 교체, 교육에는 지속적으로 예산이 들어간다. 대중성이 낮은 성리학을 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역사 연구와 유물 보존 등 박물관의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영천 화랑설화마을은 운영비에 비해 자체수입이 지나치게 적은 유형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운영과 유지관리에 29억4천400만원을 사용했지만 수입은 1억6천100만원에 머물렀다. 4D영상관과 화랑우주체험관, 국궁체험장 등을 운영하지만 입장·체험수입만으로 시설관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했다. 영상과 전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신선도가 떨어져 교체가 필요하다. 수입 부족으로 재투자가 늦어지면 방문객이 감소하고, 다시 수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 단기 행사보다 구조부터 바꿔야
6개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선 권역별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주와 안동은 수요 예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영천은 콘텐츠 교체와 유료 체험 확대로 재방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경주 화랑마을은 관광사업 수지와 청소년 교육비용을 분리할 필요가 있고, 구미 에코랜드와 성리학역사관은 공공기능을 유지하면서 대관과 기획전시, 유료 체험 등 부대수입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는 올해 3대문화권 우수사업장 4곳의 콘텐츠·시설 개선과 전문가 상담에 12억원을 투입한다. 민간 관광기업과 사업장을 연결하는 협업사업은 5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7개 시설에는 지역 특화 관광프로그램을 도입한다. 하지만 연간 수십억원의 고정비가 발생하는 시설을 단기 행사 몇 차례로 되살리기는 어렵다. 회생 가능성이 낮다면 본래 용도를 고집하지 않고 주민을 위한 교육·문화·복합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경북도 관광정책과 권보창 팀장은 "사업 초기 기반시설 조성에 집중하면서 지속적인 콘텐츠와 전문 운영조직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사업장별 여건에 맞춰 운영 방식과 콘텐츠를 단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이 어려운 시설은 전시·관람 중심에서 체험과 주민 이용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바꿀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민간투자와 전문 운영주체의 참여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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