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사람들은 우승팀과 탈락팀을 기억하지만, 축구 선진국은 승패보다 대회가 남긴 과제를 먼저 돌아본다. 월드컵은 단순한 국제대회가 아니라 한 나라의 스포츠 정책과 선수 육성 시스템, 지역체육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북중미 월드컵이 한국축구에 던진 가장 큰 질문 역시 "한국축구는 어디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이다. 그 해답은 대표팀이 아닌 지역체육에 있다.
세계 축구 강국들은 예외 없이 지역에서 출발했다. 지역 클럽과 학교, 지방정부, 프로구단이 하나의 스포츠 환경을 이루고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린 선수는 지역에서 성장하고, 학교와 클럽에서 기량을 키운 뒤 대학과 프로리그를 거쳐 국가대표로 이어진다. 국가대표의 경쟁력은 지역이 만든 결과이며, 월드컵은 그 성과를 확인하는 무대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스포츠 참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 간 체육 인프라와 유소년 육성 환경은 여전히 불균형하다. 수도권 중심의 선수 육성과 시설 집중은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한국축구의 선수층을 좁히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지역체육은 단순히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영역이 아니다.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청소년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핵심 공공정책이다.
스포츠기본법이 국민의 스포츠 향유권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스포츠산업 역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소비성 예산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스포츠가 살아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여야 지역경제도 활력을 얻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프로축구 K리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프로구단은 승패를 겨루는 팀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공자산이다. 유소년 육성, 학교 연계 프로그램,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 스포츠 환경을 풍성하게 만들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인다.
특히 대구FC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민구단이다. 대팍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열정은 지역 스포츠가 시민의 삶 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대구FC는 경기력 향상을 넘어 지역 스포츠 혁신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고 학교 및 지역 스포츠클럽과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스포츠 관광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ESG 기반 사회공헌을 통해 시민구단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이를 도시브랜드와 스포츠산업 육성 전략에 적극 접목해 지역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스포츠정책도 지역체육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여성, 장애인, 노년층까지 생애 주기별 스포츠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건강 증진, 의료비 절감,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예방 정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축구에 분명한 과제를 남겼다. 세계적인 경쟁력은 단기간의 성과나 스타 선수 한 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활 및 학교체육, 전문체육, 프로축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지역마다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가 뿌리내릴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완성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축구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그 출발선은 화려한 경기장이 아니라 지역의 운동장이고, 미래를 키우는 학교이며, 시민과 함께하는 체육 현장이다. 이제 한국 스포츠정책도 대표팀 중심의 시각을 넘어 지역체육을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월드컵의 감동을 일회성 축제로 끝낼 것인지, 지역 스포츠의 혁신으로 이어갈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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