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갤러리 문101
폐자재와 식물로 풀어낸 생명의 순환
지난 4일 오후 4시 대구 중구 갤러리 문101에서 만난 김결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길이 약 11m의 폐전봇대가 전시장 한가운데 떠 있다. 콘크리트가 깨진 한쪽 끝에서는 철근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오고 반대쪽 끝에는 화재로 소실된 방앗간의 천장 목재 구조물이 꽂혀 있다. 폐전봇대 아래에서는 초록의 새싹이 자란다. 기능을 잃고 버려진 산업사회의 잔해와 살아있는 생명이 한 공간에서 마주한다.
김결수 작가의 개인전 '노동과 효과성(Labor&Effectiveness)'이 오는 15일까지 대구 중구 갤러리 문101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폐전봇대와 건설 폐자재, 불탄 나무, 식물과 영상 등을 통해 사물이 지나온 시간과 인간의 노동, 생명의 순환을 보여준다.
김 작가에게 폐전봇대와 거푸집, 녹슨 못과 기름통은 단순히 독특한 시각효과를 내는 재료가 아니다. 모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다 효용을 다한 뒤 버려진 사물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 도구가 가진 효용성을 잃으면 터부시되고 버려진다"며 "그것을 가져와 예술적인 요소를 조금씩 가미해 작품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녹과 균열, 불탄 흔적을 지우거나 새것처럼 복원하지 않는다. 녹슨 못에는 사용된 세월이, 불탄 방앗간의 천장 목재에는 예기치 않은 화재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결수 작. <김결수 작가 제공>
김 작가는 "녹이라는 것은 세월을 이야기한다. 쇠가 처음 나오면 반짝이는 새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슨다"며 "나무 구조물도 기본 형태와 불탄 흔적을 그대로 두고, 전시장에 설치하기 위해 형태를 조금 다듬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폐기된 사물과 살아있는 식물을 대립시키기보다 같은 순환 안에 놓는다. 차갑고 무거운 폐전봇대 아래에는 살아있는 식물이 자란다. 시차를 두고 심은 식물은 전시 기간 싹을 틔우고 성장하다가 시드는 생명의 기간을 품으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를 통해 폐기된 사물이 완전히 끝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시간과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명 '노동과 효과성'은 완성된 작품의 형태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에 무게를 둔다. 작가가 재료를 찾아 현장을 다니고, 폐자재의 사연을 듣고, 무거운 전봇대를 깨고 자르고 옮기는 등 모든 행위가 작품의 일부다.
김 작가는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어떤 형식을 처음 만들었다는 것보다 작가가 지금 시대에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를 작품으로 보여주는가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작품을 보고 좋다, 나쁘다고 했다면 이제는 작가가 어떤 태도로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작품의 아름다움보다 작가가 작업에 접근하는 태도, 작가의 본질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결수 작. <김결수 작가 제공>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