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서 온 어린 태권도 선수들 힘찬 격파
주민·관광객 박수로 광복절 전야 함께해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경북 울릉군 도동항 해변공원이 태권도의 힘찬 기합과 관객들의 박수로 뜨거워 지고 있다. 홍준기 기자
"하나, 둘, 셋!" 잠시 뒤 "얍!" 하는 힘찬 기합과 함께 송판이 산산조각 났다. 도동항 해변공원에 모인 주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들어 무대를 찍었고, 어린아이들은 선수들의 발차기를 따라 하며 무대를 바라봤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경북 울릉군 도동항 해변공원이 태권도의 힘찬 기합과 관객들의 박수로 뜨거워 졌다. 이날 열린 '광복절 경축 독도 태권도 퍼포먼스 전야제'에는 태권도 시범단이 무대에 올라 품새와 격파, 공중 발차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검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펼쳐진 공연은 체육관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대 뒤로는 밤바다가 펼쳐졌고, 객석에는 울릉도 주민과 휴가철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았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경북 울릉군 도동항 해변공원이 태권도의 힘찬 기합과 관객들의 박수로 뜨거워 지고 있다. 홍준기 기자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선수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품새를 이어가다 송판을 힘껏 격파할 때마다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공중으로 몸을 띄운 선수의 발차기가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는 가족 관람객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태권도 시범 공연을 위해 경북 영천에서 울릉도를 찾은 거여초등학교 선수들. 홍준기 기자
이날 공연을 위해 경북 영천에서 울릉도를 찾은 거여초등학교 선수들도 있었다. "어디서 왔어?" "영천에서 왔습니다." 울릉도에 몇 번 와봤느냐는 질문에 박준우 학생은 "오늘까지 하면 네 번 와봤어요"라고 답했다. 준우 학생은 태권도를 시작한 지는 6년 정도 됐다.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는 아이는 이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공연을 위해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 좋아?" "네. 많이 괜찮아요. 좋아요." 공연을 마친 뒤에도 아이의 표정은 밝았다. 무대에서는 힘차게 격파와 발차기를 선보였지만, 무대 밖에서는 질문에 수줍게 답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의 모습이었다. 광복절이 무슨 날인지 묻자 아이는 잠시 생각한 뒤 또박또박 말했다. "일본에게서 이제 벗어난 날."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독도를 품은 울릉도에서 태권도 공연에 참가한 어린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인지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이날 공연은 단순한 태권도 시범을 넘어 광복절과 독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예인 태권도를 매개로 주민과 관광객들이 광복절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경북 울릉군 도동항 해변공원이 태권도의 힘찬 기합과 관객들의 박수로 뜨거워 지고 있다. 홍준기 기자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무대 앞 객석은 더욱 붐볐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지켜봤고, 관광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의 동작을 담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서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기합을 내뱉던 어린 선수들은 공연이 끝나자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공연을 마친 기쁨을 나누는 모습에 관객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도동항 주변은 하나둘 어둠에 잠겼다. 바다 위로는 희미한 불빛이 번졌고, 공연장을 밝히던 조명 아래에서는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는 선수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일부 관객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무대를 뛰어다니던 어린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가족끼리 공연 이야기를 나누며 울릉도의 광복절 전야를 즐겼다.
화려한 격파도, 공중 발차기도 끝났다. 하지만 도동항 해변공원에 남은 어린 선수들의 웃음과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한동안 여름밤의 풍경 속에 남아 있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울릉도의 밤은 그렇게 태권도의 힘찬 기합과 함께 깊어갔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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