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인간은 타인의 눈길에서 지옥을 경험한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철학적 사상을 대표하는 말이다. 우리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남에게 의존하고 평가받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타인의 시선이 철학적인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입고,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차를 타며,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 베블렌 효과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렌은 '유한계급론'에서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에 대해 언급했다. 일반적인 상품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지만 명품이나 고급 자동차, 고가주택처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품은 높은 가격 자체가 매력이 되기도 한다. 물건의 사용가치보다 '나는 이것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교환가치를 더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대상은 상품이지만 실제 구매하는 것은 사회적 인정과 상대적인 우월성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밴드왜건 효과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기 때문에 나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특정 브랜드의 운동화나 옷이 갑자기 유행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음식점에 더 긴 줄이 생기고, 인기 지역의 아파트나 특정 주식에 수요가 집중되는 것도 같은 심리이다.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 비싼 상품을 사는 것이 베블렌 효과라면,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밴드왜건 효과다. 방향은 달라도 둘 다 소비의 기준을 나보다 타인에게 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문제는 디지털 사회가 타인의 시선을 과거보다 훨씬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SNS에는 여행, 자동차, 명품, 맛집, 주택과 투자수익까지 전시되고 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많은 상품을 다시 추천하면서 유행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우리는 몇몇 이웃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명의 삶과 자신의 삶을 매일 비교하는 생활에 빠져 있다. 때문에 필요에 의한 소비와 과시에 의한 소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자신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넘어서는 소비와 과도한 투자를 부추기는 현상이 일상화되어 있다.
경제학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심리가 자산시장으로 옮겨갈 때이다. 모두가 다 사고 있다는 말이 주택이나 주식, 가상자산의 매수 근거가 되면서 가격 상승이 다시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기강화적 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실질가치보다 타인의 행동을 따라가는 군집행동이 시장을 지배하면 가격은 펀더멘털에서 멀어지고 버블의 위험도 커진다. 소비시장의 밴드왜건 현상이 자산시장의 쏠림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르트르의 문제의식은 오늘날 경제생활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자유롭게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선택의 상당 부분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 유행에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는 기업의 마케팅에 지배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사람의 선택을 참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보가 부족한 시장에서는 타인의 행동이 유용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와 남들을 따라가는 투자가 자신의 판단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경제적 자유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진정한 경제적 자유는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능력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정말 필요한가, 사용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소비의 지옥은 물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타인의 눈길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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