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지역대학협력센터서 토론회 개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방향 놓고 격론
상인 “상권 침체”...전문가 “교통 환경 악화”
27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시내버스가 도로를 운행하고 있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09년 12월 지정됐으며, 2023년 11월 일부 구간이 해제돼 현재 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 약 600m 구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현덕 기자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바라보는 상인과 시민사회단체의 간극은 역시나 컸다. 17년 전 국내 1호로 지정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운영 지속 여부를 놓고 벌인 토론에서 상인의 해제 요구와 시민·전문가의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27일 대구시는 지역대학협력센터에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600m를 일반차량에 다시 개방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처럼 버스·보행 중심 공간으로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2009년 12월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1.05㎞)가 전용지구로 지정된 지 17년 만이다. 2023년 11월 북측 450m가 해제돼 현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약 600m만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남아 있는 상태다. 대구시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첫 토론회에서는 예상대로 '상권 생존' 호소와 '보행 환경' 주장이 충돌했다. 먼저 상인들은 전용지구가 상권 활성화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은 "도심 교통 혼잡은 줄었을지 몰라도, 승용차로 접근하기 편한 백화점과 외곽 상업시설로 고객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일대 이은학 교수(철도운전시스템학부)는 "차량 통행을 허용하거나 제한하는 것만으로 지역경제가 극적으로 살아나거나 침체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좁은 도로에 버스·승용차·택시 등이 섞이면 매우 혼잡해져 버스 이용객 이탈과 보행환경 악화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용지구 주변 4개 버스정류소 승·하차 인원은 2021년 477만9천명에서 2025년 633만7천명으로 32.6% 늘었다. 대구역·중앙로역·반월당역 이용객도 같은 기간 27.7% 증가했다. 문제는 대구시가 2023년 북측 구간을 해제한 이후 승객 추이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차량 통행 허용이 교통량과 상권에 미친 효과나 부작용을 분석하지 않은 채 남은 구간의 해제 여부를 논의하자고 나선 꼴이다. 대구시 장지숙 교통정책과장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해제 구간의 변화를 분석하는 용역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토론회 의견을 취합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후속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시간대·차종별로 풀자"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개방 제도안
27일 대구시 지역대학협력센터에서 열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관련 시민 의견수렴 열린 토론회에서 시민들이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대구시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현덕 기자
대구 중앙로의 차량 접근성과 상권 활성화, 보행권을 둘러싼 충돌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을 논의하던 17년 전부터 줄곧 이어진 녹록지 않은 숙제다. 27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존치냐, 해제냐'의 양자택일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택시 우선 허용과 시간대별 개방, 보행공간 재설계 등 다양한 절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핵심은 실제 시범운영 실행 가능성과 효과,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모였다.
◆"손님 못 온다" vs "거리 매력 떨어진다"
상인들은 차량 접근 제한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특히 고령층 이용객이 많은 전통시장에선 택시 진입 제한에 대한 불만이 컸다.
염매시장 상인회장 박상도씨는 "주 고객이 고령층인데 택시조차 들어오지 못해 방문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평일이라도 차량이 들어와 소비하고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반론도 나왔다. 시민 이명은씨는 "중앙로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고, 걸으며 작은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교통체증과 안전 문제가 생기면 거리의 매력이 떨어져 오히려 방문객이 줄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쪽 주장이 현실에 가까운지를 가릴 자료는 부족하다. 이미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북측 구간도 해제 전후 교통량과 매출, 공실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대구YMCA 오병현 기획실장은 "전용지구 해제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지 살펴봤지만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며 "차량 제한뿐 아니라 온라인 소비 증가 등 여러 요인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27일 대구시 지역대학협력센터에서 열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관련 시민 의견수렴 열린 토론회에서 대구시 관계자가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전후 중앙로의 도로 모습을 비교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는 전용지구 운영 방향을 두고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현덕 기자
◆전면 개방 전 '실험'부터…시간·차종별 개방 제안
토론회에선 전면 해제에 앞서, 조건을 달리한 시범운영을 하자는 제안이 잇따랐다.
종로맛길 상인회장 김정효씨는 "일정 기간 통행을 풀어보고 시민과 상인의 평가를 함께 받자"고 했다. 승객을 태운 택시는 허용하되 빈 택시의 대기 영업은 제한하고, 화물·승합차는 특정 시간대에만 통행시키는 방안도 거론됐다.
시범운영의 효과를 가릴 객관적인 기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버스 통행속도와 주변 교통량, 불법 주정차, 보행량은 물론 상가 매출과 공실률까지 전후 변화를 비교해야 차량 개방의 효과와 부작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의는 '차량을 열 것인가'에서 '중앙로를 어떤 거리로 만들 것인가'로 확장됐다. 중앙로의 이용층과 상권 성격을 정한 뒤 교통정책을 이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보행공간과 휴게·횡단시설을 정비하고, 외곽 급행버스 정류소를 전용지구 안으로 옮겨 환승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대구대 김준우 교수(도시계획공학전공)는 "동성로는 백화점·아웃렛과 다른 차별화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며 "대중교통전용지구도 중앙로의 차별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차를 뚫느냐 마느냐보다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구대 이영우 교수(건설시스템공학과)는 "상인들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안은 단기적으로 해결하되 장기적으로는 중앙로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드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용역과 사례조사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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