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력 문제 중 하나는 발전소와 전력소비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력 생산과 소비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구조를 바꾸고, 전력이 풍부한 비(非)수도권으로 산업투자를 유도하는 새로운 산업입지 정책을 도입한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향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그간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한 산업용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차등 적용한다는 게 정부가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의 골자다. 대구경북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르면 연말부터 최대 10% 인하될 전망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하 폭에 지역의 불만이 만만찮다. 이 정도로 대구경북이 수도권은 물론 심지어 중부권과 첨단산업 및 글로벌 기업 유치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믿을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 정책 효과가 자칫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이번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곧 확정할 설계안에 적절히 반영되도록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첫째, 경북 등 원전 밀집지역의 '원전 리스크'가 아예 반영되지 않은 건 개선해야 한다. 같은 남부권이라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호남권이 큰 혜택을 누리는 반면, 원전 밀집지역인 영남권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도 불공평하다. 둘째, 이번에 '주택용'이 빠진 것도 아쉽다. 산업용과 달리 주택용은 '실질적 혜택'으로 인식된다. '주택용 로드맵'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계속 요구해야 한다. 셋째, 권역별 최대 인하 폭이란 '10%'조차 산업계 요구(20~30% 인하)에 크게 못 미친다. 그 정도 인하로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오게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 남부(서울·경기 남부)의 지역별 조정 요금이 '0원에서 1원 인하'로 설정된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지역 요금이 사실상 바뀌지 않는다면 굳이 더 남쪽으로 기업을 옮길 이유가 없음을 뜻한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나쁜 장치다.
정부는 지방의 의견을 토대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를 보완·수정해 조속히 확정·시행해야 한다. 보완의 방향과 목표는 국토균형발전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 제도적 완성에 있다. 그래야 정부가 추진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첨단산업 육성,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AI데이터센터 확대, 전력망 확충 등의 정책과 국토균형발전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산업의 국토 재편을 도모할 수 있다. 발전지역→장거리 송전→수도권 소비라는 낭비적 구조에서 벗어나, 발전지역의 전력가격 경쟁력 제고→기업 지방투자 유도→지방 전력소비 증가라는 선순환적 구조로 전환하는 게 선결 요건이다. 아직 지방의 의견 수렴이 태부족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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