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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양귀비

2026-08-28 06:00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에서는 중국인들의 특징인 과장된 표현이 느껴진다. 일고경인성(一顧傾人城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우네)이라니. 이는 한나라 황제인 한무제(漢武帝) 때 궁중 음악을 담당하던 악관 이연년이 자신의 누이 이부인을 황제의 후궁으로 밀어 넣기 위해 지은 노래다. 그런데 우리는 경국지색으로 이부인보다는 달기나 양귀비를 더 많이 떠올린다. 아마 둘 다 뛰어난 미모로 나라를 기울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부인은 젊은 나이에 죽어 한무제의 가슴에 묻혔으나 달기는 은나라를 요절나게 했으며, 양귀비는 당나라를 쇠망의 길로 이끌었다.


양귀비는 식물의 이름에도 차용돼 꽃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감춰진 마약성분의 치명적인 유혹을 비유한다. 덜 익은 양귀비의 열매에서 나오는 즙액으로 마약 아편(阿片)을 만드는데 아편이라는 말은 양귀비의 주산지인 튀르키에 아피온(Afyon)에서 유래했다. 아피온은 식물의 즙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피온(Opion)이 어원이다. 지난해 5월 아피온을 처음 방문한 필자는 들판에 널린 양귀비꽃에 놀랐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르핀 공장이 있으며 당국의 허가를 받아 그 원료인 양귀비를 드넓은 들판에 대규모로 재배한다.


제주해경이 최근 제주도에서 4개월간 집중 단속을 벌여 양귀비 8천3백 주를 압수해 폐기했다. 제주도의 양귀비 불법 재배는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고 규모도 늘고 있는 추세다. 기후와 토질이 양귀비 재배에 적합해서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기의 반동으로 씨를 뿌리는 양귀비의 특성상 바람이 센 제주에서는 번식 범위가 빠르게 넓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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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수

상주에 상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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