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828020443770

지역 문화계에서 확산되는 ‘배리어프리’ 시도

2026-08-28 14:29

단순 시설 편의 제공 넘어 촉각 작품·터치 투어로
제도 변화와 지원 사업 확대, 사회적 인식 변화 영향
예산 부족에 자문 채널도 열악...“컨트롤타워 절실”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에서 올해 개최된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 전시장 모습. 시각장애인 관람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바닥에 보행 유도선을 설치했다. 어울아트센터 제공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에서 올해 개최된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 전시장 모습. 시각장애인 관람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바닥에 보행 유도선을 설치했다. 어울아트센터 제공

장애인과 고령자,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문화 향유 문턱을 허무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애)' 시도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과거 휠체어 경사로나 점자 블록 설치 등 단순 시설 편의 제공에 그쳤던 조치는 이제 기획 및 제작 초기 단계부터 접근성을 다각도로 반영하는 '포용적 예술' 형태로 진화하는 추세다.


어울아트센터의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 오프닝 모습. 어울아트센터 제공

어울아트센터의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 오프닝 모습. 어울아트센터 제공

최근 배리어프리 공연과 전시가 보다 활발해진 데에는 제도적 변화가 큰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2023년 12월 시행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국공립 공연장과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은 연 1회 이상 장애예술인의 공연·전시를 정기 개최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여기에 배리어프리 환경 구축을 위한 지원 사업 확대와 사회적 인식 확산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동적인 편의 제공에 머물던 지역 문화기관들도 배리어프리 콘텐츠와 관람 환경 구축에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어울아트센터의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와 연계된 워크숍에서 한 참가자가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작품을 만져보며 감상하고 있다. 어울아트센터 제공

어울아트센터의 배리어프리 기획전 '확장의 세계'와 연계된 워크숍에서 한 참가자가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작품을 만져보며 감상하고 있다. 어울아트센터 제공

◆어울아트센터, 지역서 배리어프리 문화 환경 선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구 문화계 현장 기획자들과 공공 기관들은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다. 2023년 발달장애 예술인 참여 기획전('2023 한국문화예술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선정)으로 포문을 연 어울아트센터는 배리어프리 전시를 주요 기획 방향으로 설정해 지속 추진 중이다.


올해 기획전 '확장의 세계'에서는 포스코휴먼스 및 갤러리 미호와 협력해 실물 회화와 동일한 크기의 '포스 아트'(철판 위에 섬세한 질감을 구현하는 특수 기술) 촉각 작품을 제작해 배치했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손끝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전시장 바닥 보행 유도선 도입을 비롯해 수어 통역, QR 음성해설, 휠체어 관람객 및 어린이의 눈높이를 고려한 1천350mm 전시 가이드라인도 적용했다. 특히 오프닝 행사 때는 전시장 안을 암전한 뒤 국악 소리극과 오디오 해설로만 작품을 감상하게 해 비장애인 관람객에게도 타인의 관점을 체화하는 교육적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 분야에서의 선도적인 모색도 돋보인다. 어울아트센터는 상주단체인 악·가·무 국악 연주 단체 '전통하는 요즘 사람들 트래덜반'(이하 트래덜반)에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을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2년 연속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지난해 '이상한 나라의 트래덜반'에 이어 올해 '보트 피플'을 무대에 올렸다.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은 물론, 공연 전 무대 악기·소품을 직접 만져보는 로비 프로그램 '터치 투어'를 운영했다. 올해는 기획 단계부터 접근성 매니저가 참여해 관람 완성도를 한층 높였고, 무용수의 수어 동작을 안무에 더해 배리어프리 요소를 강화했다.


어울아트센터가 올해 선보인 배리어프리 공연 보트 피플에서 무용수가 수어를 활용해 안무를 선보이는 모습. 어울아트센터 제공

어울아트센터가 올해 선보인 배리어프리 공연 '보트 피플'에서 무용수가 수어를 활용해 안무를 선보이는 모습. 어울아트센터 제공

김민지 어울아트센터 공연전시팀장은 "지역에서 배리어프리 사업을 선제적으로 시도하다 보니, 다른 기초문화재단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많이 문의해 온다"면서 "법적 의무화로 인해 배리어프리 전시·공연이 자칫 형식적·수동적으로 머물 수 있는 맹점도 있는 만큼 실질적인 배리어프리 환경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미술관의 수어도슨트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의 수어도슨트 모습.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 문화계 곳곳에서도 배리어프리 접목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대구미술관은 쉬운 글·큰 글씨 해설서, QR 오디오 가이드, 수어 영상 도슨트 등을 도입해 정보의 문턱을 낮췄다. 렘브란트·다니엘 뷔렌 등 주요 전시에서 차단봉(로프 배리어)을 제거해 관람 편의를 높였으며, 허윤희·변카카 작가의 작품 등 촉각 감상이 가능한 참여형 전시도 선보였다.


문학과 영상 분야의 시도도 눈에 띈다. 대구문학관은 2022년 2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문학관 최초로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존'을 운영했다. 오디오북과 촉각 도서 등 공감각 도서 체험 공간을 제공했고 점자 도서 제작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향후 3층 운영 공간 보완을 거쳐 저시력자를 위한 별도의 현대식 배리어프리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대구문학관이 지난 6월 말까지 운영했던 배리어프리 존 모습. 대구문학관 제공

대구문학관이 지난 6월 말까지 운영했던 '배리어프리 존' 모습. 대구문학관 제공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 2019년부터 시민 대상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교육 과정을 운영해왔다. 음성해설 작가 등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한편, 지역 단편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대구단편영화제 특별 상영회에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예산 한계에 자문 인프라 부족..."종합 컨트롤타워 필요"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배리어프리 문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전문 자문 인프라 부족과 일회성 예산 편성을 대표적 한계로 꼽는다. 특히 시각예술 분야는 자문을 구할 전문 컨설팅 인프라가 대구 내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희정 어울아트센터 공연전시팀 PD는 "공연은 수어나 음성 해설 등 활용할 장치가 보다 명확한 편이지만, 전시는 배리어프리 적용이 훨씬 어렵다"며 "열심히 준비해도 이 정보가 유용한지 검증받을 거점이나 인프라가 부족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적인 자문 및 컨설팅, 홍보 루트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진다면 훨씬 정교하고 효과적인 배리어프리 전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단편영화 분야 역시 음성 해설과 성우 녹음 등 편당 약 300만 원의 제작비가 들지만, 예산 부족과 더불어 이동 편의 지원과 점자 홍보물 등 장애인들의 관람 접근성을 고려한 환경 조성이 미흡해 실제 장애인 관객의 참여는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완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배리어프리 문화가 일회성 시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문화와 관광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약자 지원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며 "장애 유형별 맞춤형 콘텐츠 제작 지원부터 이동권 확보, 웹 접근성 개선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담 기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배리어프리 시도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소중한 걸음"이라면서도 "사실 우리 모두는 그저 '일시적 비장애인'일 뿐이다. 배리어프리를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복지로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이 단순히 전시장이나 공연장 한두 곳을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이동부터 문화·체육 등 삶 전반에서 물리적·심리적 장벽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기자 이미지

박주희

현장의 목소리와 울림을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