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영덕의 명승지
이색의 문학과 지명 전승 품은 고래불 해변, 오늘도 ‘명사이십리’ 절경 이어가
경북 영덕군 영해면 대진리. 바다를 향해 몸을 내민 상대산 자락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소나무 사이로 푸른 동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숲길을 타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다는 넓어지고 발아래에는 영해평야와 해안마을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발 183m 상대산 정상에 자리한 관어대(觀魚臺)는 산과 들, 바다를 한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영덕의 대표적인 조망 명소다. 이곳에 오르면 푸른 동해바다와 명사20리 고래불해수욕장, 곰솔의 푸른 소나무숲, 영해·병곡의 너른 벌판, 상대산 아래를 휘감아 흐르는 송천(松川) 등 관어대 오경(五景)을 볼 수 있다. 산 아래에서 탐방로를 따라 약 30분을 오르면 팔각지붕을 얹은 정자가 방문객을 맞는다. 현재의 관어대는 옛 기록과 전승을 바탕으로 2015년 복원됐다.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관어대 오르는 길목에 세워진 전통양식의 관문. 현판에는 '상대산 관어대 오경(上臺山觀魚臺五景)'이라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는다. 남두백 기자
영덕군은 상대산 관어대를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지난 2024년부터 모노레일 설치사업을 추진했다. 가파른 산길 탓에 노약자와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만큼 오르막 전동카트와 모노레일이 들어서면 누구나 편안하게 정상에 올라 동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관어대로 향하는 탐방객들이 전동카트를 타고 울창한 숲길을 오르고 있다. 관어대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소나무와 활엽수가 어우러져 있어 이동하는 동안 상대산의 짙은 녹음과 한적한 숲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남두백 기자
관리실에서 일하는 전원희씨는 "가족, 친구 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이곳을 찾고 있으며 방문자 거의 모두가 관어대 주변 경치에 만족한 것으로 느꼈다"라면서 "대부분이 SNS 등으로 여행 정보를 듣고 이곳을 방문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관어대와 고래불 해변 그리고 주변의 괴시마을, 영해읍성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모노레일이 조만간 정식 개통되면 영덕 북부권에 또 하나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어대라는 이름에는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의 자취가 깊게 배어 있다. 영해 괴시리에서 태어난 이색은 상대산에 올라 동해의 절경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곳을 두고 바닷속에서 노니는 물고기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관어대'라 이름하고 글을 남겼다. 영해가 그의 외가이자 고향이라는 애정도 기록 속에 함께 담겼다.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관어대에서 내려다본 고래불해수욕장과 동해의 장쾌한 풍경. 산 아래 송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와 길게 뻗은 백사장, 푸른 동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남두백 기자
정자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동해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북쪽으로는 대진해변과 덕천해변을 지나 고래불 해변까지 긴 모래사장이 활처럼 뻗어 있다. 서쪽에는 드넓은 영해평야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괴시마을을 비롯한 영해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자리한다. 방향을 돌릴 때마다 산과 바다, 들녘이 서로 다른 풍경을 내어놓는다.
포항에서 여행온 김승연씨(56) 부부는 "소문 듣고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푸른 동해의 넓은 개방감과 내려다보이는 주변 풍경들이 너무 좋다"라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상대산 관어대에서 서쪽으로 바라본 영해평야와 송천 일대. 발아래로 굽이치는 물길과 넓게 펼쳐진 들판, 그리고 산자락이 이어지며 영해의 너른 지형을 한눈에 보여준다. 동쪽의 푸른 바다와 서쪽의 광활한 평야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것이 관어대의 빼어난 매력이다. 남두백 기자
고려 말부터 관어대는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시인과 문인들이 자연을 바라보며 시를 짓고 교류했던 공간으로 전해진다. 망망대해와 들판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이곳에서 옛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삶을 되돌아봤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관어대는 영덕의 해맞이와 해넘이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관어대에서 바라보이는 긴 해안선의 중심에는 고래불 해변이 있다. '고래불'이라는 이름 역시 목은 이색과 관련된 전승을 품고 있다. 이색이 관어대에서 동해를 바라보다 고래가 물을 뿜으며 노니는 모습을 보고 '고래가 노는 벌'이라 부른 데서 이름이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불'은 넓은 모래밭이나 벌판을 뜻하는 '벌' 또는 '펄'에서 유래한 말로 알려져 있다.
탐방객을 태운 모노레일이 상대산 정상부 승강장에 도착하고 있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관어대까지 보다 편리하게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서는 고래불해수욕장과 영해평야, 동해가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남두백 기자
이 마을의 이칠성 이장(영해면 대진 2리)은 "주변이 관광지처럼 깨끗하게 정리돼 마을 환경이 좋아졌다. 다만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모두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진해변에서 덕천해변을 거쳐 고래불까지 이어지는 해안은 고운 모래사장이 길게 뻗어 있어 '명사이십리'로도 불린다. 영덕 블루로드의 일부인 이 길은 바다와 해송 숲을 함께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길로 자리 잡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밭을 걷다 보면 상대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해안선의 장대함을 가까이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고래불 해변의 또 다른 자랑은 해안 송림 속에 자리한 고래불 국민야영장이다. 수십 년 된 해송 숲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야영장은 자동차와 캠핑카, 카라반을 위한 오토캠핑장과 일반 야영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사계절 캠핑 명소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캠핑카와 차박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해변 바로 앞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송림 사이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 덕분에 여름철은 물론 봄·가을에도 전국 각지의 캠핑 동호인들이 찾는 영덕의 대표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영덕군 영해면 상대산 정상부에 자리한 관어대. 시원하게 트인 누각에 오르면 영해평야와 고래불해수욕장, 푸른 동해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의 시문에도 등장하는 관어대는 영해의 역사와 자연 풍광이 한데 어우러진 명소다. <남두백 기자>
수백 년 전 목은이 관어대에 올라 마주했던 동해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파도를 만들어 낸다. 정자 아래로 이어지는 숲길과 눈부신 모래사장,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수평선은 오래된 지명과 이야기가 오랜 시간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짐을 보여준다. 상대산 관어대에서 고래불 해변까지의 길은 아름다운 풍경을 걷는 여정이자 영덕의 역사와 문학을 따라가는 문화유산의 길이다. <글, 사진>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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