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성 고교 동문들, 금전 요구 보이스피싱 겪어
학교 및 동문회, “동문명부가 원인, 개인정보 취약”
명부에 주소·휴대번호·이메일 등 정보 모두 기재돼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구 수성구 한 고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문 사칭 보이스피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총동문회의 졸업생 개인정보가 담긴 '동문명부'가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으로 지목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수성구 A고 졸업생들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친구 이름을 밝히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500만원을 요구하다가 돈이 없다고 하자 300만원이라도 괜찮다며 계속 금전을 요구했다. 확인해보니 주변 친구들도 동일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들 고교와 총동문회는 졸업생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 중 하나로 '동문명부'를 손꼽았다. 동문명부는 역대 졸업생들의 리스트가 담긴 책자다. 고교 동문명부에는 기수별 졸업생들의 인적사항이 기재돼 있다. 이름은 물론, 업종 및 소속 직책·집주소·휴대번호·이메일 등이 다 있다. 대구권 대학의 동문명부에는 입학연도와 입학 학과까지 기재돼 있다.
수성구의 한 고교 교사는 "요즘 개인정보에 매우 민감한 시대이지만, 여전히 통용되는 게 동문명부"라며 "졸업생 정보를 기재할 때 개인 동의 확인을 받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이 정보가 제3자에게 흘러들어간다면 모두 유출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대구지역에선 일반고 졸업생들 사이에서 학연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간 동문명부가 지속적으로 발행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대구에 있는 총 95개 고교 중 일반고(인문계)가 68개교인데, 이 학교들을 중심으로 동문회가 활발하게 운영된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동문명부는 해당 학교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물과도 같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들을 명부에 나열해 학교 성장과 발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으로 모든 정보가 IT 기반으로 관리되면서 동문명부의 존재감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대구의 일반고 총동문회에서 활동 중인 한 졸업생(63)은 "최근 몇 년 새 동문명부를 안 만드는 학교들도 속속 나온다. 그래도 그간 발행한 책자가 많아 정보 유출은 피할 수 없다"며 "동문회 사무국이 보통 엑셀 파일로 리스트를 관리해 보안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 최민우 학과장(AI컴퓨터보안과)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기 전엔 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인쇄물로 남기는 게 만연했다"며 "동문회 사무국도 디지털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하는 DRM(문서보안) 기술 등 자체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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