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검은 옷 입고 군청 진입로 양옆 도열해 마지막 인사
정희용 의원 조사 도중 3분여 말 잇지 못하고 눈물…곳곳 흐느낌
별세 이틀 전 친구에게 “보고 싶다…꼭 이겨내겠다” 마지막 문자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마지막 출근길, 영정이 되어 고령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석현철 기자
"군수님, 오늘이 마지막 출근입니다."
3일 오전 경북 고령군청으로 향하는 길은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고령군청 공직자들이 군청 진입로 양옆을 가득 메웠다. 평소 같으면 출근하는 직원들과 민원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을 길이었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고령군대가야장례식장'이라고 적힌 검은 운구차량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고(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마지막 출근길이었다.
차량이 직원들 사이를 지나 군청으로 향하자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는 직원도 있었다. 매일같이 이 길을 오가며 군정을 챙겼던 군수가 이날은 영정으로 돌아왔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운구행렬이 고령군청에 들어서고 있다. 석현철 기자
군청 건물에는 '故 이남철 고령군수님의 명복을 기원하겠습니다'라는 검은 현수막이 걸렸다. 청사 앞에는 국화로 둘러싸인 영결식장이 마련됐다.
영결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었다.
공동장례위원장인 정광호 부군수를 비롯해 정희용 국회의원, 고령군의회 의장, 고인의 친구 등이 차례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말을 전했다.
정희용 국회의원이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마지막 가는길에 눈물을 흘리며 조사를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특히 정희용 의원이 조사(弔辭)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서자 영결식장은 이내 숙연해졌다.
고인과의 시간을 떠올린 정 의원은 조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고, 감정이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3분여의 시간이 흘렀다. 가까스로 말을 이어간 뒤에도 목소리는 여러 차례 떨렸고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참석자들도 함께 고개를 떨궜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친구 홍재희씨가 친구들을 대신해 조사를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고인의 친구가 전한 이야기는 영결식장을 또 한 번 울렸다.
별세하기 불과 이틀 전, 병상에 있던 이 군수가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몸은 병원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또 다른 한편에는 끝까지 고령과 군민들이 있었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
"꼭 이겨내겠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다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았던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고령 군민을 걱정하는 마음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었다.
며칠 뒤 다시 만나자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아들의 마지막 인사는 아버지 이남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유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아들은 먼 길을 찾아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 준 조문객과 군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냥 달려가면 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가 이제 안 계신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정희용 국회의원과 정광호 부군수 나영완 고령군의회 의장이 함께 헌화를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아들은 아버지가 생전 누구보다 고령과 군민들을 많이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군수라는 공인(公人)을 떠나 한 가정의 아버지를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슬픔에 영결식장은 다시 숙연해졌다.
헌화가 이어졌다. 전화식 성주군수도 영결식장을 찾아 고인의 영전에 헌화하며 이웃 자치단체장을 떠나보냈다. 공직자들도 차례로 국화를 올렸다. 젊은 직원들 가운데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영정이 군청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석현철 기자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은 자신이 일했던 군청 안으로 향했다.
위패와 영정을 든 운구 행렬이 청사 현관을 지나자 직원들이 양옆에 늘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침내 '군수실' 문이 열렸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영정이 고령군수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석현철 기자
영정 속 이 군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영정과 위패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책상에는 여전히 '고령군수 이남철'이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다.
고인이 수없이 앉아 결재하고, 직원들과 고령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군민들의 삶을 고민했던 공간이었다.
영정은 그렇게 자신의 집무실을 마지막으로 둘러봤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영정이 군청을 나서고 있다. 석현철 기자
잠시 뒤 다시 집무실 문을 나선 영정과 위패가 계단을 내려와 군청 현관으로 향했다. 로비 양쪽을 가득 메운 직원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청사 밖에는 더 많은 공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묵념이 끝난 뒤 운구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청을 빠져나가는 길 양옆으로 직원들이 다시 길게 늘어섰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누군가는 떠나는 차량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고 이남철 고령군수의 마지막 가는 길에 고령군청 전 직원들이 고개숙여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검은 운구차는 아주 천천히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리고 이남철 군수가 매일 출근했던 고령군청 길을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퇴근길이었다.
그렇게 고인은 자신이 평생 몸담았던 공직의 마지막 자리이자 군수로 일했던 고령군청을 떠났다.
이날 고령군청에서의 마지막 출근은 한 사람의 장례만은 아니었다.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고령군수가 된 뒤 마지막 순간까지 고령을 걱정했던 한 공직자에게 동료와 후배 공직자, 군민들이 함께 올린 마지막 인사였다.
故 이남철 고령군수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퇴근길에 고령군청 직원들이 애도의 배웅을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공직자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군수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고령의 아침은 그렇게 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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