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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

2026-09-04 06:00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지난 8월 말, 대구에 위치한 한 과학고등학교에서 이 학교에 다니게 될 학생들의 학부모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어엿한 독립 과학자로 성장한 박사님도 함께해, 험난한 연구자의 길이지만 지금껏 즐겁게 걸어온 선배의 진솔한 이야기로 학부모님들께 큰 안도감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한 어머니가 조심스레 물으셨습니다. "기숙사에서 지내다 2주 만에 집에 온 아이에게 저는 무슨 말부터 해 줘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이 학교 학생들은 2주에 한 번, 주말 48시간 동안만 집에 옵니다. 기숙사에서 12일 동안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대학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잠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이때 부모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학원 진도가 아니라 자녀의 지친 마음입니다. 우리 뇌 깊은 곳에는 편도체(불안과 두려움을 담당하는 감정의 스위치)라는 작은 기관이 있습니다. 12일간 잔뜩 긴장했던 이 스위치를 풀어 주는 안전한 품, 저는 그것이 주말에 모인 가족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비단 이 학교뿐 아니라 매일 학교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모든 학생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아이들은 학교에 진학하고 성적표를 받으면서 난생처음 '상대적 열등감'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박사의 말처럼, 열등감은 주저앉는 이유가 아니라 더 나은 나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이 병을 앓고 아파 봤기에, 이 병을 고치는 약을 만들겠다"처럼, 자신의 결핍을 세상을 향한 소명으로 바꿀 때 학생들은 길고 험한 과학자의 길을 완주할 힘을 얻습니다.


과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아무리 애써도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스스로 시도하기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모든 길을 미리 닦아 주고 문제를 대신 풀어 주면 자녀도 똑같아집니다. 스스로 부딪쳐 봐야 뇌가 자란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청소년기는 전두엽(생각과 판단을 맡은 뇌의 사령탑)에서 '시냅스 가지치기'(자주 쓰는 신경 연결은 남기고 안 쓰는 것은 정리하는 과정)가 폭발하는 뇌 발달의 황금기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가의 선술집이나 조선 성균관 곁 반촌에서 평범한 이웃들이 스스로 공부하여 학생들과 대등하게 토론했듯, 이 귀한 시기에 부모는 자녀 학업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자녀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지적 대화 상대'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꼭 알아야 할 비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 느끼는 거울신경세포(1990년대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지아코모 리촐라티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남의 표정과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는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불안과 조급함은 말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염됩니다. 반대로 부모와 교사가 평온하고 행복할 때, 자녀와 학생도 그 안정 속에서 재능을 활짝 피웁니다. 그러니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깊은 잠으로 뇌의 노폐물을 씻어 내며 자주 웃는 어른의 모습이, 곧 자녀들을 위한 가장 좋은 교육인 셈입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남을 빠르게 뒤쫓는 '추격자'(fast follower)를 길러 나라의 부(富)를 쌓아 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우리 자녀들은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길을 여는 '선도자'(first mover)로 자라야 합니다. 그 길은 성적표가 아니라 가슴 뛰는 꿈에서 시작되며, 비교의 대상은 오직 '어제의 나'면 충분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선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은 장차 세상을 바꿀 소중한 인재들입니다. 우리 자녀가 높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도록, 부모와 학교가 기꺼이 든든한 날개이자 따뜻한 둥지가 되어 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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