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우리 경제의 가장 무거운 숙제는 양극화다. 자산과 자본을 가진 사람은 더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성장의 과정에서도 뒤처진다. 이른바 'K자 양극화'다. 문제는 이 격차가 개인을 넘어 기업과 지역의 격차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자본과 인재, 기술이 집중되고, 그 집중이 다시 기업과 일자리를 불러들였다. 반면 지방은 청년 유출과 고령화, 산업기반 약화가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시장의 힘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양극화의 해결책은 국가재정 투여가 필연적이다.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하고 교육·주거·복지를 강화하는 재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양극화를 줄이는 재정이라면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오늘의 소득을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일의 소득을 만들어낼 생산능력을 지역에 남겨야 한다.
대구·경북은 국가재정 확대를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의 5극3특 전략과 초광역특별계정은 지역이 스스로 성장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문을 열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가 만든 사업을 얼마나 많이 가져오느냐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경권이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 전략에 국가재정을 연결해야 한다.
대구의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ABB와 경북의 전자·이차전지·방산·철강 등 이미 축적된 산업기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산업 인프라와 공동 연구시설, AI·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에 재정을 집중해 민간투자와 혁신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국가재정이 지역의 생산과 고용을 확대하는 촉매가 될 때 그것은 단순한 지출을 넘어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투자가 된다.
사람도 중요한 지역 자산이다. 최근 창업 동향을 보면 전체 창업은 감소하는 가운데 기술 기반 창업은 증가했고, 60세 이상 창업도 늘었다. 두 통계가 곧 시니어 기술창업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구·경북에는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 철강 현장에서 수십 년간 기술과 생산 경험을 쌓은 인력이 많다. 이들이 은퇴와 함께 산업현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개인의 퇴직이 아니라 지역이 축적한 기술 자산의 손실이다.
국가재정의 일부를 이 자산을 다시 산업으로 돌리는 데 활용해야 한다. 시니어의 숙련기술과 현장 경험에 청년의 AI·디지털 역량,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성과를 결합하는 세대융합형 기술창업이 한 방법이다. 창업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기존 중소기업의 기술고문, 공동창업, 사업승계와 연계한다면 시니어의 경험과 청년의 기술을 함께 지역에 붙잡아 둘 수 있다.
물론 지역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이 또 다른 특혜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지원의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기술혁신, 민간투자, 청년고용, 지역산업과의 연계라는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사업화 기반을 만들고 기업이 생산과 판로를 연결하며, 금융도 담보보다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역산업을 이해하는 기술금융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다.
K자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재정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의 과제는 더 많은 예산을 받는 데 있지 않다. 그 재정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자본과 사람을 붙잡고, 잠자던 기술을 다시 기업과 일자리로 바꾸는 데 있다. 국가가 얼마를 쓰느냐보다 그 돈을 쓰고 난 뒤 지역에 무엇이 남느냐가 중요하다. 대경의 경쟁력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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